- 김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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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북한산으로 가을맞이산행을 갔었지요.
구본형 사부님, 소라언니, 써니언니, 병칸오라버니, 아름다운 놈 김용규님, 저 이렇게 6명이었습니다.
김용규님은 괴산에서 행복의 숲을 만들고 계십니다. 그래서 숲에 관해 산행하는 내내 우리들에게 좋은 설명을 해주셨지요.
" 이건 달개비입니다. 요 꽃대롱을 보십시오. 벌들이 날아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정교히 만들어졌습니다. 저건 신갈나무구요. 아~ 저 소나무의 가지가 보이십니까? 저렇게 한쪽으로 휘어 자라지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어쩌구저쩌구...
여러 설명중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부분은 식물들의 '나답게 살기 전략'이었습니다.
식물들은 날개도 없고 다리도 없습니다. 움직일 수 없기에 다른 많은 도움이 필요하죠. 수분하기 위해 벌과 나비가 필요하고,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바람과 물, 곤충들을 이용합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자면 그들을 끌어들일 '유혹거리'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을 내고, 맛있는 꿀을 만들고...
그렇게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산에는 자신만이 살지 않습니다. 다른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함께 살지요. 그래서 식물들은 늘 다른 식물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더 많은 햇볕을 받고, 충분히 물을 흡수하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합니다. 하산길에 보았던 소나무 양반은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를 한껏 뻗었습니다. 틈새전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소나무는 소나무 답게, 달개비는 달개비 답게, 신갈나무는 신갈나무 답게
모든 것이 저답게 살아남기 위해 갖은 전략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식물들이 가르쳐 주더군요.
"누가 너답게 살지 말라고 하였느냐? 사람들이 너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고 징징대지 마라. 그렇다면 너는 얼마나 너답게 살기위해 노력을 하였느냐?"
소나무 양반이 살짝 꾸짖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가끔 외롭다고 느낄 때, 내가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면
'내가 왜 태어났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아름답지도 않고, 별 능력이 있어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난 왜 사는걸까?'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콱 죽어버릴까 생각도 듭니다. 살아도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 한목숨 죽어도 누가 알아줄까...아아 슬프다.
아마 이런 생각은 저만 하는 건 아닐겁니다. 그러니 도처에 자살하는 인간이 수없이 많겠지요.
그런데 저는 식물 중에서 '자살'하는 식물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식물들은 자신이 왜 사는지 물어보지 않는 듯 합니다. 나는 왜 화려한 장미나 모란이 되지 못할까, 나는 왜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지 못할까, 나는 왜 제비꽃처럼 앙증맞지 못할까,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자신이 가진 것을 모조리 활용해여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렇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냅니다.
'그렇구나, 나답게 살고싶은 마음만으로 안되는구나. 나답게 살기 위해서도 전략이 필요하구나. 나답게 살고,또 다른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구나. 저절로 살아가는 건 없구나' 슬며시 반성이 들었습니다.
비오는 날 산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태양 아래서 보는 모습과 달리 은밀히 유혹하는 신비로운 여신처럼 느껴졌지요. 전략도 세우고, 그를 수정하기도 하고, 다른 생명체를 때에 따라 유혹하기도 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식물들이 참 매혹적입디다.
'나도 식물처럼 그렇게 한껏 살아서, 나의 아름다움을 치열하게 뽐내리라.'
산에서 나무들에게, 꽃들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어디에나 '사부'가 있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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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난 매일 산을 오릅니다. 처음산을 오를때, 길가에 묘하게 휘여진 큰 느티나무가 있었습니다. 심한 오르막에 위치하고 있어서 몇번이고 머리와 충돌을 하였고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난 처음에 느티나무에게 맘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곁을 지나다보니 이젠 정이 들어서 "넌 영목(靈木)이다. 잘 있었느냐"하며 지나갑니다. 그 나무도 나에게 꼭 인사를 합니다. 아름다운 놈 용규씨가 자기의 행복숲에 안내하면서 자신은 나무와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입구에 있는 이름 모를 큰 나무가 "이 산을 사시더라도 절 베지 말아 주십시요"하더랍니다. 정말 멋있는 자연과의 합일(合一)입니다.
다인은 산에가서 나무와 산과 하늘과 대화하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라 합니다. 그로써 자신의 진솔한 경지로 들어가는 자연인의 첫 걸음 입니다. 그리고 처음 시작된 글을 한순간에 읽어 내리도록 걸럼을 ?㎱릿
다인은 산에가서 나무와 산과 하늘과 대화하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라 합니다. 그로써 자신의 진솔한 경지로 들어가는 자연인의 첫 걸음 입니다. 그리고 처음 시작된 글을 한순간에 읽어 내리도록 걸럼을 ?㎱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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