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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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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6일 16시 23분 등록

* 선상에서 맞은 지중해의 새벽과 황혼 녘

 

이번 여행에서 두번 페리를 탔습니다.

나폴리에서 시칠리아의 수도인 팔레르모로 들어갈 때, 그리고 팔레르모에서 나폴리로 나올 때.

 

선상의 공기는 예상보다 습하지 않아 좋았고 갑판에서 맞는 바람은 매우 거셌습니다.

팔레르모로 들어갈 때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지만 나폴리로 나올 때는 객실에서 깜박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 나폴리 → 팔레르모

 

어쩐 일인지 이 무렵의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좀 쉬고 싶었거나 사직찍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습관이 어느새 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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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르모에 도착할 즈음 담은 사진들입니다.

이상하게 이번 여행 때는 잠을 깊게 잘 수 없었습니다.

그 덕에 새벽 이른 시간 대, 촬영을 많이 할 수 는 있었지만요.

 

촬영시간을 보니 아침 6시 무렵, 팔레르모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객실 밖에서 노숙자마냥 자리를 펴고 자는 사람들도 꽤 보였습니다.

아마도 객실을 이용하지 않으면 승선요금이 좀 줄어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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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르모 → 나폴리

 

5일 정도 시칠리아를 돌고 다시 페리호에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주 여행지가 시칠리아였기에 이 무렵부터 이제 여행의 긑이 다가오는구나 싶었습니다.

승선 후, 그동안 모시고만 다녔던 삼각대를 꺼냈습니다.

 

있으면 성가시고 없으면 아쉬운 물건 삼각대.

비록 배 자체도 흔들리기에 완벽한 기능을 하진 못했겠지만 손에 들고 찍을 때보다 훨씬 안정감있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황홀함과 아쉬움이 교차한 채, 강한 바람을 주체 못하며 그렇게 팔레르모를 떠나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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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에서 함께 야경을 감상해 주신 좌선생님)

 

 

 

 

해질녁 사진을 담고는 객실에 들어가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아마 9시 정도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새벽 4시경 잠이 깼습니다.

 

배가 나폴리에 도착하려면 2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창밖으로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기에 다시 잠을 청했지만 한번 깬 잠을 다시 이루기가 힘들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뒤척이다가 다시 삼각대를 들고 갑판에 돌랐습니다.

갑판에서 별을 보며 놀다가 잠들었던 로이스 누나는 저를 보더니 한동안 감탄사를 늘어 놓으십니다.

아마도 '작가정신'을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새벽을 담기 위해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일찍 잠에서 깨어 새벽을 담으러 간 것이었는데..

어쨌든 결과는 비슷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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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된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후자인데,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순간 정나라 연구원은 전자인 듯 했습니다.

사진을 담던 제 옆에서 계속 감탄사 지르며 이렇게 찍어 보자, 저렇게 찍어 보자 했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맥주와 와인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다 받아 마셨습니다.

그 바람에 술 기운이 꽤 올라 왔고, 그 와중에 어느 덧 나폴리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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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정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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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46.2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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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0, 2012 *.64.231.52

신새벽에 맥주마시는 재동이, 압권!

비록 연출을 싫어한다해도 이런 연출이라면!

나라, 잘했어. 이 사진 오장육부에 시원한 쾌감을 선사하는군.

 

그래, 그날 바람이 유난히 심했고, 그만큼 별은 또 유난히 아름다웠지.

어스므레 밝아오는 아침,

재동이 카메라 들고 나와서 새벽을 담으려고 갑판 코너에서 부스럭댈 때

우리는 맞은편 갑판 벽에 붙어 누워있었지.

재동이는 우릴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

와우,

신대륙 발견이나 한 것처럼 난 정말 감탄했지.

그다지 부지런해보이지 않는 재동이가

여행 때마다 새벽 사진을 남기는 걸 보면서 늘  의아했거든.

늦은 밤 한 잔 하는 팀에 그가 빠지는 걸 보지 못했기에 더 그랬을 거야.

모두들 깊은 잠에 빠지는 신 새벽에 무엇이 그의 등을 떠밀어 출사를 나가게 하는지,

어떻게 무슨 맘으로, 늘 궁금했거든.

 

그날 아침,  그 순간,

그간의 의문이 다 풀리는 것 같았지.

그래, 저게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거야. 

돈 주고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안하고는 못배기는 저 놈의 미친 열정이 바로 아마추어 정신이랑께!

 

(그런데 그날 새벽의 진실은 그런 것이었고마!)

 

그래도 재동이 안의 그 미친 열정을 나는 인정하고 철회하지 않으련다. 

그 아름다운 열정이  못된 매너리즘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나는 간절하게 소망한다.

이 멋진 찍새를 변경연에 오래 붙잡아두고 싶어서....

 

사진 정말 좋다.

가슴 한 켠을 슬그머니 터치하는 건 아마도 사진이  재동이의 어떠함을 담고 있음 아니겠는지.

 

고맙다.

왠지, 이 말은 그대의 가슴을 턱 안고 해주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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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5, 2012 *.46.245.45

다음에 뵐 때 가슴을 턱 안아주시길.. ^^


마치 제가 편지라도 보냈던 듯 그에 대한 답장 한편 읽는 기분입니다.

그런 궁금증이 있으셨군요. 

말씀마따나 제가 그리 부지런한 사람은 아닌데 사진 욕심은 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마추어리즘이군요.


제가 언제까지 사진을 찍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몇년 간은 그걸 내려놓는 일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지금 저를 지탱해주는 커다란 에너지원이기에...


매년 좋은 여행으로 이끌어 주셨기에 많은 기운 얻곤 합니다.


저도 고맙고.. 다음에는 턱 안고 이 말씀 전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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