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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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자들의 속마음
- ‘세린쌤을 도와줘!’ 프로젝트 1
요즈음 내 머릿 속을 계속 멤돌고 있는 단어가 몇가지 있다. 첫 책, 수학, 청소년, 인문학, 융합, 글쓰기, 기획, 목차 등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의 바다가 깊지 못하다. 난 바다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데, 여전히 바닷물은 내 무릎까지 밖에 차오르지 않는다. 답답한 노릇이다. 더 깊이 들어가 헤엄치면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말이다.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책의 공동저자가 될 ‘제자들’이다. 에쓰오에쓰를 치기 위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일명 <‘세린쌤을 도와줘!’ 프로젝트 1>이라는 제목을 단 설문조사다. 오늘은 그 설문조사 내용을 검토하고, 정리하여 얻게 된 결과물에 대해서 쓰고 싶다.
나는 총 5가지 질문을 마련했다. 네 문제는 서술형이고 한 문제는 둘 중 하나를 고른 후,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문항이었다. 총 89명의 학생들이 세린쌤을 도와줬다.
Q1.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걱정거리, 고민, 생각 등)
A. 진로(미래) 39명 (약 44%)
성적(학업) 30명 (약 34%)
친구 10명 (약 11%)
기타 7명 (약 8%) - 계속 쉬고 싶은 마음, 가족 환경, 부모님에 대한 생각 등
외모 3명 (약 3%)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제일 많이 하고 있다. 위에 분석 결과는 제일 처음 쓴 단어나 생각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위의 항목의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 중 압도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취업 걱정을 쓴 친구들도 있었고,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알 수 있고, 미래를 그려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 친구들도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답변이 있다.
“학교에서의 내 모습과 집에서 내 모습은 너무 다르다. 그런데 뭐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웃고 떠들며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가 많은데 내가 실제로 힘들고 너무 외로울 때 옆에 있어 줄 친구가 없는 게 고민이다. 친구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내 마음을 위로해줄 사람이없다.”
인간이 복잡한 존재임을, 개인에게 양면이 있음을 이 친구가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는 걸까? 인간이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터득해 가는 걸까? 청소년이 보편적으로 하는 고민이나 걱정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이 친구가 하는 고민은 하나 더 있다. 현재 공부를 잘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꿈이 있지만 실현 불가능 할 것 같다고 썼다.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수학과 청소년 그리고 인문학이 이 친구가 가진 질문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2. 좋아하는 책의 종류는? (자기계발서, 소설, 무협지, 시, 만화책 등)
A. 소설 (판타지 소설, 추리소설 등 포함) 61명 (약 69%)
자기계발서 11명 (약 12%)
만화책 10명 (약 11%)
기타 7명 (약 8%)
(기타 내용 : 책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 2명, 책을 좋아하는 친구 1명, 잡지 2명, 미술 작품 설명해 주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 1명, 인터넷 소설 1명)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설책을 좋아한다고 썼다. 그런데 청소년이 좋아하는 소설은 성인이 생각하는 문학작품은 아니다. 해리포터와 같은 책을 좋아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종류를 좋아한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삶에 동기를 부여해 받을 수 있어서 읽는다고 한다. 역시 ‘수학’ 또는 '과학'과 관련 된 책을 읽었다고 한 학생은 없었다. 물론 표본이 숙모 여중생들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또 설문지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비상반(수학 성적 부진아 특별보층)’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구두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수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학생들이 아무도 안본단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나는 도전의식을 갖고 내 책 쓰기에 돌입하여 청소년들이 유일하게 읽는 수학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가질 수 있게 됐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통계내면서 내 책은 ‘읽을 수 있는 수학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수식, 기호를 쓰지 않고 문학 작품처럼 읽을 수 있는 수학책으로 써야겠다. 지난주 토요일에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서 청소년을 위한 수학책을 찾아보고 목차들을 훑어봤는데, 그때 발견한 『수학 읽는 CEO』를 참고하여 나의 책 컨셉을 더 구체적으로 잡아볼 생각이다. 문과생이었던 저자가 러시아에 가서 수학을 10년 동안 공부한 뒤 쓴 책이라고 한다.
Q3 만약 수학에 관련된 책이 나온다면
‘수학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해답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준 책’을 읽을까? A.33명(37%)
아니면 ‘배우고 있는 수학 내용을 쉽게 설명한 책’을 읽을까? A.20명(22%)
아니면 둘 다 다룬 책? A. 29명(33%)
혹은 다른 의견? 7명
다른 의견 1) 수학을 왜 배우는지와 함께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단원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게 왜 중요한지 팁을 주었으면 좋겠다. 책을 볼 때 눈에 띄는 곳마다 왜 배우는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의견 2) 수학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일상생활의 원리를 쉽게 풀어주는 책.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책
다른 의견 3) 어떻게 하면 나도 수학자들처럼 수학 분야에 위대한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나?
다른 의견 4) 둘 다 안 읽는다. “수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은 안 읽는다!!!
무응답 3명
이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인상깊었던 대답은,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수학 내용을 쉽게 설명한 책'은 공식이 있는 부분을 읽지 않고, 스토리만 읽는다고 한 것이다. 세번째 질문은 하나의 답으로 학생들이 쏠리지 않았다. 물론 질문에 ‘재미있는’이라는 형용사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왜 배우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조금 더 선호하는 현상을 보였지만 대체적으로 수학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묻어나는 답을 많이 썼다. 수학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해결을 받고 싶기도 하고, 수학 성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고, 어떤 팁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야기 형식으로 가 돼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도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또 떠오르는 생각은 주제를 한가지하여 집중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 설문지에 작성하지 않았지만 이 설문지를 다 내고 난 후 한 학생이 내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수학 공부 왜 해야하는지 잘 이야기 해주시는데요, 저는 솔직히 이게 더 궁금해요. 수학을 공부하면 우리가 뭘 얻을 수 있죠?”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생각해 볼 문제다.
Q4 수학 문제집을 제외하고 수학을 다룬 책을 읽어본 적 있는가?
1) 없다 ( ) 23명 (26%)
2) 있다 ( ) 66명 (74%)
-> 있다면 어떤? (제목을 써줘도 좋고, 내용을 써줘도 좋다.)
『수학귀신』 , 한스 마그누스 엔체스베르거 저, 44명
그 외 서적 22명 (수학자 이야기, 수학 역사 등 )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싫다고 소리질렀던 학생들인데 수학을 다룬 책을 읽어본 적 있는 학생이 74퍼센트나 된다. 동시에 『수학귀신』은 전체 학생들 중 50퍼센트 가까이 읽은 책이다. 『수학귀신』은 독일 작가가 꿈에 나타난 수학귀신 이야기를 쓴 책이다. 이 책은 권장도서로 선정되어 전국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학생이 읽은 이 책에 대해서 어떤 친구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재미있긴 하지만 그 책 속에 나오는 수학 개념은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다. 점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각이 나온다. 물론 내가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하기 어렵지만,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이야기 형식이어야 하며, 그들이 가려워 하고 있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어야 한다.
Q5 청소년을 위해 이런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기술
마지막 문항에 대한 답은 1번 질문에 답과 비슷한다.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을 바라고 원한다. 공통적으로 많은 답변은 진로에 관한 책이었다. 공부를 잘할 수 있게 희망을 주는 책이나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청소년의 속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써달라고 했다. 어떤 학생은 아예 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위인들을 비판하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학생도 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청소년들은 지금 자신들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해주고, 고민을 해결해줄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 아니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선생님이 설문지를 좀 보시고는 이야기 하신다.
“나는 중학교 때 신나게 논 것 같은데, 진로 걱정하지 않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던 것 같은데.......”
청소년은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진로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대한 가슴 뛰는 고민은 아니다. 취업 걱정, 좋은 대학 갈 걱정, 공부 잘 할 걱정, 키 클 걱정, 예쁜 외모를 가질 걱정, 돈 잘 벌 걱정에 휩쌓여 있다. 누가 이들에게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하는 걱정을, 취업 준비생들이 하는 걱정을 하게 한 것일까? 이들에게 성찰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이는 없단 말인가? 내 책은 ‘수학’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생각 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되야 하지 않을까? 감히 그들을 생각하는 인간으로 길러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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