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 조회 수 247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주말이었다. 도로에는 수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놀러 가는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있다. 소년은 아빠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차 앞에는 똥차 한대가 서 있다. 초록색 탱크에 푸른색 호스가 칭칭 감겨져 있는 똥차였다. 똥차에 묻어 있던 냄새들이 차 안으로 들어오자, 아빠는 모든 창문을 닫았다. 그래도 조금씩 냄새가 스며들어 왔다. 옆 차선으로 옮기려 해도 차 간격이 좁았다.
'하필이면 똥차야.'
아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조금씩 차가 움직이자, 아빠는 좌측 방향 등을 켜고 차선을 옮겼다. 똥차 옆으로 천천히 지나가면서, 소년은 똥차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창문을 모두 열어 놓았다. 똥차 안으로 햇살이 쏟아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얼굴은 하얗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은 거칠지 않았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냥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빠 차 뒤로 다른 차들도 줄지어 똥차를 피해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소년은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어른들은 똥 냄새를 싫어한다. 자신들이 싸는 똥 냄새는 어떻게 생각할까?
소년과 아빠는 신호등 앞에서 손을 잡고 서 있다. 어디선가 여자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다. 두 남자는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이힐에 미니 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소년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함께 신호를 기다렸다. 그녀의 진한 향수가 바람에 다시 묻어 왔다. 소년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빠, 똥냄새 나"
갑작스런 소년의 말에 아빠는 당황해서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 건너려 했다. 큰일날 뻔 했다. 그녀는 똥 씹은 표정으로 소년과 아빠를 쳐다보았고 신호가 바뀌자,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건너갔다. 아빠는 소년을 몇 번이나 쳐다보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멀리 사라지자, 큰 소리로 웃으셨다.
아이들은 향수 냄새를 싫어한다. 향수는 똥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과연 어른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향수로 가릴 수 있을까?
소년은 꿈에서 똥을 보았다. 아빠는 말했다.
"똥을 밟았니? 아니면 똥물을 뒤집어 쓴 거니? 몸에 똥칠을 해야 좋은 일이 생기는데 말이야"
그냥 지나가는데 똥을 본 거라고 말하자, 아빠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음 번에 다시 꿈에서 똥을 보면, 꼭 밟거나 만져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불쾌한 똥을 꿈 속에서 만나면 왜 좋은 일이 생길까? 음식물이 몸 속에 들어가면 분해되면서 똥으로 축적되듯이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기운(氣運)들도 함께 쌓인다. 어쩌면 만물의 정기(精氣), 또는 인간이 간절히 바라는 꿈이 함께 묻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한 사람일수록 몸 속의 기운이 맑아지고 나오는 똥도 즐겁다.
우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외에도 지구와 비슷한 수 많은 행성이 있다. 은하계에서는 4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주에서 인간만이 유일한 생명체라고는 믿기 힘들다. 분명 다른 생명체들이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먼저 인간들의 가까이 하기 싫은 일을 선택할 것이다. 더럽고 냄새 나는 일이라면 인간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들이 알아서 먼저 피해주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인간들의 세상을 활보할 수 있는 직업은 바로 똥 푸는 일이다. 이렇게 먼 우주에서 지구를 찾아온 생명체는 똥을 푸면서 똥차를 타고 다닌다. 그 아저씨의 이름은 뿌꼬다. 뿌꼬아저씨는 지구의 인간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보물을 찾아 다닌다. 뿌꼬아저씨의 정체를 알아본 어느 소년과 함께 말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32 | ‘지금 여기’ 에 기초 해야 한다. [3] | 학이시습 | 2012.11.05 | 2536 |
3231 | 쌀과자#27_경제기사 읽는 코드 [5] | 서연 | 2012.11.05 | 2167 |
3230 |
21세기 샐리올리브 끌림의 법칙 ![]() | 샐리올리브 | 2012.11.05 | 2416 |
3229 | 중년여성이 다산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2] | ![]() | 2012.11.05 | 3260 |
» | 수상한 뿌꼬 아저씨 #1 [2] [1] | 한젤리타 | 2012.11.05 | 2470 |
3227 | 마지막회. 시칠리아 미칠리아 _ 더 보스 [3] | 레몬 | 2012.11.05 | 2322 |
3226 | 40에 숲으로 가자 [4] | 콩두 | 2012.10.29 | 2905 |
3225 | 예비 독자들의 속마음 - '세린쌤을 도와줘!' 프로젝트 1 [2] | 세린 | 2012.10.29 | 2307 |
3224 | 쌀과자#26_내려가는 길 [2] | 서연 | 2012.10.29 | 2256 |
3223 | 그녀, 인간의 산 [4] | 장재용 | 2012.10.29 | 2217 |
3222 | 시칠리아 미칠리아 8.황야를 떠도는 승냥이 [2] | 레몬 | 2012.10.29 | 2515 |
3221 |
러셀의 무대 공포증 ![]() | 샐리올리브 | 2012.10.29 | 3696 |
3220 | 성찰하지 않는 삶은 정말로 살만한 가치가 없는 거 임? [4] [2] | 학이시습 | 2012.10.29 | 2778 |
3219 | 질투는 사랑이 아니다 [5] | ![]() | 2012.10.29 | 6122 |
3218 | 꿈장수 #2 [4] | 한젤리타 | 2012.10.29 | 2656 |
3217 | 난 화끈하게 벗고 있나? [18] | 샐리올리브 | 2012.10.22 | 2416 |
3216 |
엇갈린 운명 ![]() | 세린 | 2012.10.22 | 6391 |
3215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정선 아우라지 [4] | 콩두 | 2012.10.22 | 2406 |
3214 | 고개 단상 [4] | 장재용 | 2012.10.22 | 2236 |
3213 | 쌀과자#25_네번의 만남 [5] | 서연 | 2012.10.22 | 2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