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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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쏟아진다. 가끔 삶의 흐름이 바뀌는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나날들이 다시 견딜만한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 비 그치고, 새 날고, 아이들이 웃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단 한번도 끝장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죽을 것 같으면 손 내밀어 무언가를 붙잡았다. 갈 때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것, 놀 때까지 놀아보지 못했다는 것, 죽을 둥 살둥 몸부림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비 그친 해질녘 마주쳐야만 했던 어설픈 후회이다. 싸구려 감상이 지나간 자리, 새끼 손톱만한 상채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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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젊은 시절 저는 온통 불만 투성이였습니다. 사교성 부족한 사회부적응자가 조직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어간 이후부터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 속에서 한 때 이렇게 생각했죠. 저 사람만 없으면, 저 패거리들만 사라지만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그런데 웬 걸. 그 사람이, 그 패거리들이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또 다른 누군가가 메꾸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쩌면 산다는 것은 끝임없이 견디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이 들었습니다. 사랑을 견디고, 외로움을 견디고, 조롱을 견디고, 아픔을 견디고, 서글픔을 견디고... 그 길의 끝에 찬란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견디고. 그래도 약간의 위안이 있다면 젊을 땐 서러워지면 등을 돌리고 고개를 푹 파묻었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합니다. 대체 이게 그 어떤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합니다. 아니,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