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와이
- 조회 수 2206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오십이 넘은 누이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항상 에너지 넘치고 밝은 성격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물론 또래끼리 모여 얘기 꽃을 피우는
것도 좋아한다. 평소 말이 없고 무뚝뚝한 어머니는 그런 누이가 싫지 않은 모양이다. 생전에 말이 많았던 아버지는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그 걸 빼 닮은 누이는 자식이라 다른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인 내가 별로 말을 하지 않는 데 반해 누이는 회사나 집안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늘어 놓으니 재미 있어 하신다. 예나 지금이나 누이 습관 중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하루에 거울을 수도 없이 본다는 것이다. 여자니까 그런 것인지 누이만
유별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당연히 화장에 공을 들이는 시간도 길다.
몇 주 전 김장하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누이가 손이 모자라니 아침 일찍 온다고 했다. 나는 “ 그럼 12시쯤에
오겠네’ 하며 비아냥거리며 웃었다. 어머니는 누이를 못 믿는
내게 눈을 흘겼다. 하지만 누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의
정오가 다되어 왔다. 참다 못한 어머니의 입에서 기어코 육두문자가 나왔다. 그런 누이는 겸연쩍게 웃기만 했다. 매번 그렇다. 이유인 즉. 화장을 하고 오느라 그렇단다. 누이는 잠시 산책을 하든, 걸어서 몇 분 거리의 동네 가게에 가든,바깥에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면 화장을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속 터질
만도 하지만 좀 더 젊게, 아름답게 보이려는 여자의 본성이라 이해하고 싶다.
남자인 내게 여성은 신비하기만 하다. 매월 마법에 걸리는 여성의
신체는 물론이고 그 섬세한 감성, 예리한 직관과 심리, 외계인과
같은 사고는 아무리 공부하고 연구해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한 여름 등산을 갈 때 화장을 진하게 하고
나오는 여자도 많다. 산을 가는 것이 아니라 무슨 무도회 갈 수준으로 얼굴을 가꾼다. 몸에 향수도 뿌린다. 곧 산을 오르다 보면 온 몸과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될 텐데도 말이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여자
옆에서 달리든, 뒤에서 달리든 바람을 타고 오는 분 냄새와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렇게 치장하고 분장하는 것이 싫지 않다는 것이다. 땀과
담배 냄새로 찌든 사내 냄새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피부 색깔과 나이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여성들에게 공통된 것 같다.
중년이 되면 남녀 할 것 없이 나잇살이 붙는다. 파격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아랫배가 나오고 몸은 볼품없이 울퉁불퉁해 진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체중이 불어난다. 나는
이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한다.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와 양육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불어나는 몸에
신경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 일에도 충실하다 보니 어느새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얼굴 여기저기에
기미와 주름살이 하나 둘 생겨난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또래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여자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중년에는 그에 걸 맞는 모습이 묻어 나오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한다. 나와 같은 경우, 해마다 정기 건강
검진을 받는데 아무리 열심히 달리고 식사량을 조절해도 체지방 지수나 복부비만도가 정상치보다 높게 나왔다. 정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삶의 중심이 운동과 소식으로 바꾸지 않는 한 힘든 일이다. 그런 의사한테 “너는 정상이니?” 반문하고 싶다.
중년이 되어 몸이 좀 불고 볼품없이 보인다 하더라도 그런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만족하면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볼록한 아랫배, 늘어나는 기미와 주름살은
자신이 그 동안
결혼하고 자식과 가정, 직장을 위해 치열한 삶을 거친 하나의
징표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바디샾의
창시자 아니타 로딕의 <영적인 비즈니스>을 읽으며
눈앞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어 인용해 본다.
“ 주름살은 여성들이 가정 안팎에서 어떻게 일을 했고, 아이들을
키웠고, 맛있는 요리를 했고, 한두 잔의 술을 마시고, 웃고, 울고, 발버둥쳐왔는지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주름살은 우리의 인생에 가치를 주는 표식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얻은 지혜의 주름살은 외모와 비교해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주름살과 함께 나잇살을 추가하고 싶다. 방송 오락
프로그램에선 중년 ‘몸짱’이니 ‘얼짱’이니
“최강 동안”이니 호들갑을 떨면서 ‘비정상적인’ 일반인을 출연시킨다. 물론
보기에 좋다. 그 몸과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정과 일, 양육에 소홀히 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삶의 우선 순위가 외모관리가 되어 인간 관계의 출발점인 가족관계를 등한시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름살과 나잇살이 늘어만 가는 중년의 남성, 특히 여성들이 아름답다. 아니타가 언급했듯이 삶을 “발버둥쳐 “ 산 사람들이다. 한눈 팔지 않고 살아온 증거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12 | 검은 까마귀가 된 흰 까마귀 | 정야 | 2013.12.05 | 2399 |
3811 |
J에게 : 청담동 앨리스 ![]() | 타오 한정화 | 2013.12.04 | 4389 |
3810 | #17_적금을 할까, 펀드를 할까 2 | 서연 | 2013.12.03 | 2358 |
3809 | [2-28] 헬렌에 대하여 | 콩두 | 2013.12.03 | 2551 |
3808 | [No.8-1] 철수 오빠를 부탁해~! - 서은경 [7] | 서은경 | 2013.12.02 | 2009 |
3807 | '민주주의'라는 아이러니 [5] | 유형선 | 2013.12.02 | 1853 |
3806 | 응답하라 1994 그리고... [6] | 라비나비 | 2013.12.02 | 2106 |
3805 |
No31. 입술과 입술의 만남 Kiss. ![]() | Oh! 미경 | 2013.12.02 | 2184 |
3804 | #26. 열심히 산다는 것 [7] | 땟쑤나무 | 2013.12.02 | 4093 |
» | 중년의 주름살과 나잇살 [3] | 제이와이 | 2013.12.02 | 2206 |
3802 | Climbing - 통증(痛症)의 미학 | 書元 | 2013.12.01 | 1904 |
3801 | 키드니 4 | 레몬 | 2013.12.01 | 1997 |
3800 | [2-27] 서문 - 늦깍이 새댁의 생활밀착형 신화 읽기 [2] | 콩두 | 2013.11.29 | 2070 |
3799 | No 30. 세상속의 나를 삶으로 창조하기(11월 오프수업) | Oh! 미경 | 2013.11.26 | 1991 |
3798 | J에게 : 맴돌던 자리를 벗어나려고 [5] | 타오 한정화 | 2013.11.26 | 2019 |
3797 | #25. 미래트랜드와 나의 풍광(11월 오프수업) | 땟쑤나무 | 2013.11.26 | 1938 |
3796 | 미래의 풍광과 나의 키워드 (수업) | 제이와이 | 2013.11.26 | 2029 |
3795 | [2-26] 수정 출간기획서 | 콩두 | 2013.11.26 | 3325 |
3794 | #16_적금을 할까, 펀드를 할까 | 서연 | 2013.11.26 | 2046 |
3793 | [11월 오프수업] 미래 트렌드와 나의 풍광 | 라비나비 | 2013.11.26 | 20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