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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일 11시 28분 등록

No31.              입술과 입술의 만남, Kiss.                           오미경

 

 

 

 5-1.jpg

 

 

 

“나에게 천 번의 키스와 백 번의 키스를 해주오.

그런 다음 또 천 번의 키스와 백 번의 키스를.

또다시 백번의 키스와 천 번의 키스를 해주오!

마침내 수천 번의 키스가 모이면,

우리는 그것을 다 한데 뒤섞을 것이오.

그 숫자를 세지 못할 때까지,

그래야 그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할지니!“

 

- 로마의 서정시인 카툴루스의 시 중에서

 

풀밭에 있는 연인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형경은 대학캠퍼스를 찾았다. 마침 그날이 대학축제날이었다. 아카시아향이 온 교정에 퍼지고 연보라빛의 등나무꽃이 바람에 하늘하늘 거렸다. 풋풋한 대학생들의 짧은 미니스커트에서 젊음이 퍼지고 있었다. 환한 웃음들과 이마에 여드름이 송송 박힌 몇몇 남학생들과 어울려 캠퍼스 잔디에 그룹을 지어 삼삼오오 여기저기 앉아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앉아 있었다. 초록빛의 잔디밭이 햇빛에 눈이 부셨다. 순간 형경의 눈이 어느 한 장면에 멈췄다. 풀밭에 누워있는 남녀들을 보았을 때 형경의 기억은 어느 한 장면과 오버랩되었다.

 

아련한 첫키스의 그리움. 그 날도 축제 분위기에 들떠 연극동아리 천막에서 주막을 했다. 대학입학 후 처음 맞이하는 축제는 놀라움과 웃음, 그리고 뭔가 마음 한구석에 설레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형경은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입학후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난 선배 승규. 같은 학번인 남자들보다 서너살 위인 승규는 연극 동아리 선배였다. 로미오 연기를 하고 있는 승규를 보면서 자꾸 설레이는 가슴을 쓸어안아야만 했다. 낮의 소란스런움이 밤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노래 소리하며 웃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알퐁스 도테의 소설에서 나온 여주인공처럼 형경은 밤하늘의 별빛이 자신의 가슴에서 빛나고 있음을 느꼈다.

녹색인  풀밭 잔디에서 승규의 팔베개를 하고 있는 형경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끊긴 승규와 형경은 가만히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승규가 형경의 눈앞에 나타났다. 별빛과 승규의 눈빛이 번갈아 보였다. 승규의 입술이 형경의 입술위에 가만히 다가왔다. 형경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밤하늘의 별빛이 가슴속의 별로 다가오고 있었다.

 

풀밭위의 연인 클림트 <키스>

 

형경은 오늘도 벽에 걸린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 있다. 남자 머리에 듬성듬성 붙은 초록잎의 풀잎들과 꽃잎들이 눈길을 끌었다. 꼭 승규같은 이미지를 품고 있다. 그림속의 저 남자는 잔디 풀밭에 누워 5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팔베개를 여인에게 해주었을까. 팔을 밴 여인은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두 연인의 터질듯한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여인에게 어떤 제스처를 취했을까. 연인의 키스를 받은 여인은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 설레임과 놀라움으로 두근거려서 형경이 승규에게 볼을 맡겼듯이 형경의 뺨에 승규의 입술이 닿는 듯하다.

 

남자가 잔디에서 팔베개를 풀고 여인에게 다가가 볼에 키스를 하고 있다. 녹색의 잔디위에 진분홍의 꽃과 빨강 꽃들이  피어있다. 여인들의 마음속에 사랑이 피어오르듯 풀밭속의 꽃들도 피어나고 있다. 빨강꽃은 열정과 사랑이다. 왜 사랑하면 하트가 쿵쾅쿵쾅 하면서 빠알갛게 달아오르고 볼도 빠알갛게 달아오르지 않던가. 꿈을 꾸듯이 키스하는 동안 몽환속에 있는 듯한 두연인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에게나 키스했던 그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두 연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노란색이 아닌 황금빛이다. 황금빛의 황홀한 옷들이 환희에 빛나는 연인들의 마음을 풍기는 듯하다.

 

황금빛이 의미하는 것은?

클림트는 아르누보(장식미술) 형식인 진짜 금박을 입혀서 그렸다. 황금빛의 옷을 클림트는 왜 두 연인들에게 입혔을까? 프르투냐Fortuna는 행운의 여신인데 영어로 fortune은‘ 행운’ 그리고 ‘재산’을 의미한다.

따뜻하게 포옹하면서 사랑하는 여인에게 키스하고 있는 남성이나, 눈을 지긋이 감고 남성이 키스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여인. 두 연인이 모두 서로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주렁주렁 여성의 옷에 매달려 있는 황금빛의 장식품들이 풀밭 아래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황금 같은 정절’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화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로 금은-용해되지 않는 한-다른 원소와 결합하지 않는다. 즉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는 의미로 두 연인에게 황금빛의 옷을 걸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결혼반지를 금으로 만드는 것은 금이 비싸기 때문만이 아니다. 금반지는 수십 년 간 사용해서 낡아도 새 반지와 다를 바 없이 광채를 낸다. 그래서 사랑해서 결혼하고 수십년간 살아온 부부들을 기념하는 금혼식은 결혼 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이다. 이는 변치않는 사랑을 하고 함께 살아온 부부들에게 결혼 50주년은 변치않는 그 의미이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72세에 금혼식을 맞아 금색 드레스를 입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황금빛의 옷을 두른 것은 사랑하는 당신이 이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을 할 때 오로지 상대방이 나의 가슴을 온통 차지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도 차를 타면서도 길을 걷다가도 맛있는 것을 먹다가도 잠이 들때도 곁에 없어도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잔다.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서 나오는 여주인공 데이시는 밤에 잠들 때마다 벤자민에게 굿나잇 인사를 한다.

 

황금은 진귀하고 얻기 힘든것, 세상에 수억명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지만, 함께 사랑하고 나의 가슴속에 상대가 이슬비에 젖듯이 서서히 상대가 이미 자신들의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것,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대 이름은 나의 연인이다.

 

황금빛과 궁합인 칼라는?

사랑을 해 본 연인들은 알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많은 군중속에 섞여 있어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 가슴속에 항상 상대방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색은 빨강, 녹색과 함께 행운의 색조를 이룬다. 황금색은 돈, 마젠타인 빨강은 사랑, 녹색은 건강을 의미하듯이 이 세 가지 칼라가 <키스>에 모두 들어있다. 행운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황금빛의 옷들, 여성 옷에 동그라미 무늬가 있는 빨강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키스를 받고 있는 여성의 가슴속에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과 정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원의  풀밭은 두 연인 모두 젊음, 싱싱함, 건강, 여린 풀들이 의미하는 설레임과 미숙함, 봄을 알리는 미풍이 두 연인의 사랑의 속삭임에 환한 미소를 짓는 듯하다. 그것은 풀밭위에 핀 진분홍의 꽃에서 엿볼수 있다.

 

네모난 직사각형은 남성의 강인함과 남성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연인의 목을 팔로 휘두른 여인의 옷에 나타난 동그란 것은 마치 수많은 여성의 자궁을 그려놓은 듯한 원형들.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만나 하나가 되어간다. 황금색은 환희다. 키스할 때의 기분은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듯이 가만히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냥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만 해도 이 추운 겨울날 그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게 바로 사랑일까. 사랑하는 그 순간만이 존재하듯이.

 

시간은 지금뿐이고 키스할때는 당신뿐

 

“<키스>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로 할 수 있는 남녀의 포옹과 입맞춤을 그리고 있지만, 그 몽환적 분위기와 신비로운 에로티스즘은 낯선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을 준다. 이 세상이 아닌 어딘가. 끝없이 펼쳐진 우주 한 귀퉁이. 지금도 아니고 옛날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미래의 어느 때라고 말할 수 없는 시간, 아니, 그 시간조차 멈추어진 곳에서 평온한 합일감에 도취된 연인이 있다. ”

- 화가의 눈으로 보는 불편한 진실 213p-

 

현장 인터뷰

 

민은 현재 열 살 연하의 여인과 연애를 시도중 이다. 고객과 매니저로 만난지는 3년이 되었지만, 그녀를 거의 두달에 세번 보면서 민은 현아에게 설레임과  여인의 향기을 느꼈다고 한다. 민이 약 열흘동안 클림트 키스를 보면서 느낀 점을 여과없이 옮긴다.

 

"이 그림은 일단 화려한 노란색 컬러가 두 눈의 시선을 한 번에 끌어당긴다. 보석이 가진 황금빛을 노란색으로 표현을 해서 남성과 여성이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환하게 빛나는 보석의 아름다움에 비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 밑부분에 있는 꽃밭은 답답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서 아름다운 자연으로 가서 두 남녀의 멋진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여성보다 남성이 위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은 여성의 육체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여성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남성의 원초적인 본능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문화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의 시작을 알려주는 키스하는 모습은 아직 자신의 짝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세상 그 어느 것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게 할 수 있으며 또한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커플에게는 서로의 사랑을 보다 뜨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그림이다. 또한 남성의 옷에 있는 흰색과 검정색 컬러는 남성들의 정장에 가장 기본이 되는 흰색 셔츠와 검정색 바지와 자켓을 나타내어서 남성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여성의 옷에 있는 빨강과 파랑의 화려한 칼라 그리고 여성의 머리에 있는 화려한 꽃무늬는 여성성을 보다 강조해서 남성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림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꽉 껴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묘사가 되어서 실제 섹스를 하기 전에 서로를 안고 키스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여자의 옷에 새겨진 원모양이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고 어깨를 살짝 드러내어서 섹시함을 보여주고 다리에 걸친 보석이 남성을 유혹해서 성적 본능을 일으키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바닥의 녹색칼라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서 단둘이 여성과 있다고 생각했을 때 편안함을 준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은 그림을 보더라도 자신과 결부시킨다. 민이 꿈꾸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과 달콤한 키스를 하는 행운을 누리기를.

사랑하고 싶은가. 그러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대 연인의 볼에 그대 입술을 맞추라~~~

뺨이 녹고 입술이 녹고 마음이 모두 녹아들도록.

 

 

IP *.5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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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 14:40:09 *.62.163.88
키스해 주세요~ 입술이 부르트도록...
꼭 안아주세요~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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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13:27:59 *.50.65.2

송년회때 형선 와이프 하는말을 나는 알고 있지.

형선이에게 은근히 불만을 표시하던걸...^__^

형선~~~

열번의 말보다는 한번의 터치의 미학이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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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 22:47:07 *.36.146.150
미경
드뎌 그림 해석을 시도했구나
아니나 다를까
키스부터 ㅋㅋㅋ

미경
그대는 사랑을, 키스를 꿈꾸고 있네

색채해석이 흥미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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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13:29:39 *.50.65.2

여러가지를 시도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나에 대한 기대수준을 확~~~낮추고

그냥 마음가는 대로 써보면서...

잘 쓰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니.

그냥 마음가는 대로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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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6 06:10:19 *.35.252.86

언니...

ㅋㅋ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시도 넘 멋지고 고심하신 흔적이 고스라이 느껴지지만

전 솔직히 읽으며 사~알짝 지루했어요. 죄송 ^^;


뭔가 언니만의 좀 더 멋부리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예 소설(픽션) 형식으로 '키스'의 비하인드 스토리 (연애사) 로 풀어보심은어떨까요?

It's just my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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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9 13:31:54 *.50.65.2

Thank you for your real레알 advice. ^___^

 

지루하지 않으면서 진지하고

웃고 읽으면서 발랄하게....

우와~~~

연애 비하인드 스토리를 수집하러 다녀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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