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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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미 당신에게는 불평할 권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스스로를 피해자로 생각하지 마라. 당신의 선택인 만큼 그 결과도 당신의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지 말라고 주장하던 이로 기억되고 싶다.
- 잭 웰치, <위대한 승리> 중에서 -
늘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녀는 오늘의 날씨에서부터 막히는 교통상황, 우왕자왕하는 교육정책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아파트 분리수거 문제에서 정부시책까지 늘 불평거리가 산더미이다. 만나서 잠깐 인사를 나누고 나면 여지없이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 상황에서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상황이 꽤 힘든가 보다 생각했다.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안 좋게 보였고 가능하면 내가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를 알게 된지 십 년이 흐른 지금 나는 가능하면 그녀와 만날 기회를 피하고 절대 둘이서만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않는다. 어쩌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녀와 일상을 같이하고 그녀의 불평을 늘 들어야 하는 가족이 불쌍할 지경이다. 자녀가 공부를 못하는 것이 학원도 못 다니고 뒷바라지를 못해주어서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와 점차 세상에 부정적이 되어가는 딸과 항상 말이 없는 그녀의 남편.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도 그녀가 함께 하면 순식간에 썰렁해지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점차 입을 다무는 것이 흔한 일이다.
아예 멀리할 수 없는 피치 못할 관계인지라, 안보고 살 수는 없지만 그녀의 부정적 에너지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내가 그녀를 만난 십 년 동안 체득한 현명한 방법이다.
일명 ‘에너지의 블랙홀’. 내가 혼자 붙인 그녀의 별명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그녀 한 명일까. 일상생활에서만 아니라, 이런 사람은 우리가 사는 곳 도처에 존재한다. 회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잭 웰치가 ‘상사 혐오자들’이라고 불렀던 이들을 포함해서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을 가진 ‘조직 혐오자들’도 불필요한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조직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들이다. 그들은 절대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고 모든 문제와 잘못은 외부의, 타인의 탓이요 자신은 피해자이다.
이런 상황들을 꽤 많이 보고 심각성을 느껴왔던 터라, 난 절대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다. 타인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를 읽으며 시종일관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 말라고 했던 그의 주장이 마음에 걸렸다. 타인과 외부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는 과연 어땠을까?
외부에게 원인을 돌리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의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지,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피해자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철이 들고 성인이 되면서 내가 스스로 선택했던 수많은 결정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직장을 선택하고 결혼을 하고 첫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고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
같거나 비슷한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결코 동일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우리 남매들도 현재의 다 다른 모습과 성격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보면 결국 이러한 선택들과 이 선택들의 결과인 현재 나의 모습이 바로 ‘나’인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타인에 대한 불평불만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으나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오로라로 결국은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상황의 피해자가 아니고 내가 이 상황과 현실을 만들어낸 주도자임을 똑바로 인식하는 것, 이것이 지금 나의 새로운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 차지하고 이제 와서 이미 흘러간 물을 아쉬워하는 어리석음을 버리는 것, 멀리는 십 년 전의 선택을 후회하고 가까이는 한 달 전의 선택을 후회하며 스스로를 탓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그 선택의 결과들로 내가 얻게 된 지금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것, 이것이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마음일 것이다.
스스로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말 것, 너무 진지해졌다 싶으면 머리통을 한 번 꾹 쥐어박을 것, 그리고 벌떡 일어나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러 나갈 것,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실컷 수다를 떨다 벌떡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것, 그리고 매일매일 즐거운 것과 감사할 것을 찾으려 힘껏 노력할 것, 이것이 새로운 가을을 맞는 나의 새 결심이다.


고맙고 행복할 따름이지 ^^ 진철이가 너의 가장 결정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 같구나.
가장 결정적인 장면...
박남준 시인이 내가 내민 시집에 '줄 또는 매듭 '이라고 나를 표현한 걸 기억하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는 대략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이 떠오를 때면 선형이, 네가 가끔 떠오르곤 한단다.
뒷북이 너의 머리통을 사정 없이 쥐어박기를, 허허로움이 지나간 자리에 너만이 알아챌 수 있는
네잎 클로버가 달덩이 처럼 떠오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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