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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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40 - 자기경영 노트
옛날 명동에 살던 시절, 우리 집 바로 앞에 <동해루>라는 유명한 중국집이 있었다. 그곳의 자장면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부인들은 곗날이 되면 김치를 싸가지고 와서 이 자장면을 즐겼다. 그렇게 자장면이 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장면이 앞에 있으면 짬뽕이 먹고 싶었고, 짬뽕을 시키면 늘 자장면이 그립고는 했었다. 알고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해결사로 짬짜면이 등장했다. 갈등하는 재미가 사라지기는 했지만, 일차적인 고민은 정리되었다.
작은 결정도 이렇듯 힘이 드는데 무엇인가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피를 말리는 고뇌를 하며 고독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얼마나 힘이 들면 철학관을 찾아가 걱정하는 모든 것을 터놓고는 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미리 알아보려고 사람들은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도움말을 구한다. 델피의 신전은 그렇게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했다. 신전 사제들은 그들이 취합한 정보를 분석하며 전략을 컨설팅했다. 그 결과를 유황에 취한 무녀가 더없이 신비로운 언어로 모호하게 발표를 했다. 이 신탁을 따른 국가의 경영이 그리이스의 역사이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곧, 신의 말이라 믿었던 신전 사제들의 전략이었다.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에서 21세기 지식근로자는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는 의사결정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고 했다.
의사결정은 판단이다. 몇가지 대안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이 올바른 것과 틀린 것 사이의 선택인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어느 쪽이 다른 쪽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다고 말하기조차 힘든 두 가지 행동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사람들은 결정에 앞서 먼저 사실을 파악하라고 주문하지만 대부분의 지식근로자는 사실보다는 자신의 견해로부터 출발한다. 이 견해들은 검증되지 않는 가설들이기에 유의성 기준, 특히 적절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분야에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자기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도 자기의 견해가 없는 사람은 관찰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로부터 출발 하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우선 사람마다 자기의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장려한다.
나는 "간이 작아서...” 라는 말 뒤로 숨으며 책임을 져야하는 결정에서는 늘 손을 씼었다. 변화와 혁신은 필요하고 또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앞에 나서서 칼이 되거나 방패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관리자의 역할이나 경영자가 되어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지식근로자는 이제 스스로 관리자이며 경영자의 일선에 저절로 놓여지게 되었다. 점점 더 표면에 노출될 것이고 결정을 잘 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살아 남을 것이다. 최근에 읽고 있는 거의 모든 책에서 하고 있는 말이다.
피터 드러커는 적절한 평가 기준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직접 나가서 “피드 백”을 해보는 것이라 했다. 적절한 평가 기준을 찾는 것은 통계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여러 가지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검토해야만 한다. 의사결정은 상반되는 견해의 충돌, 견해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 여러 판단들 가운데서의 선택일 경우에만 올바르게 될수 있다. 의사결정의 첫 번째 규칙은 의견의 불일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장일치를 좋아하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차이”를 싫어하던 우리의 문화는 이제 변해야 살고 차별화, 특화해야 하는 세상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의견의 불일치를 강조하는데 중요한 세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의견의 불일치는.
첫째, 의사 결정자가 조직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이다.
둘째, 의견차이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결정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반대의견은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필요하다.
상상력은 도전과 자극을 받아야 한다.
꼭지를 틀지 않으면 상상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사실 상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날개를 달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힘이기에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놀이처럼 생각된다. 게다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결정을 미루고 있으니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상상력이란 것은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내보이지 않는 수줍음을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이해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너를 받아들인다는 믿음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신뢰관계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견해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야 겨우 그의 코드를 읽을 수 있다.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에서 가장 가슴에 사무치는 말은 아무래도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일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으로 옮겨 결과물을 내어 놓아야 완성이 되는 것이다. 실행을 하지 못하면 그 의사결정은 항상 좋은 의도에서 끝나고 말 뿐이다. 그 찬란한 의사결정 과정이 실종되고 만다.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고 반대의견에서 상상력을 이끌어내어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 검토하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갑자기 의사 결정이 잘못 될 것 같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호응도 얻지 못하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의사결정은 판단력을 요구하는 만큼이나 용기도 필요하다. 양약은 대체로 쓰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또한 부담스럽기는 하다. 이런 순간, 한번 더 검토해보자면서 결정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안된다. 그것은 비겁한 방법이다. 애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놓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의도였을 뿐, 변화를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
지식 근로자들은 자기가 하기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보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올바른 일을 수행함으로써 보수를 받는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전문적인 과업, 즉, 목표를 달성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보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용감한 자가 결국은 호랑이처럼 가죽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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