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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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 아줌마. 하얼빈 출신. 손이 빠름. 50분 걸리는 홀청소를, 15분만에 끝낸다. 그녀의 일속도는 '신기神技'다. 150의 작은 체구로, 날렵하고 정확하다. 다른 아줌마를 채용하자, 그 능력은 더 두드러져 보였다 새로 온 아줌마는 자기 앞만 본다. 명월 아줌마 시야가 홀 전체를 감싸고도 남는다면, 새 아줌마는 자기 앞가림도 못한다.
명월 아줌마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흠잡을 것도 없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오지 않는 점접을 안다.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절묘한 타이밍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힘조절, 전체의 감정선에서 이탈하지 않는 민감함이 필요하다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 스마트하게 일한다. 무엇이 일인지, 그 일을 어떻게 할지 알며, 열심히 한다. 그녀를 보며, 사업이란 장사를 하는 것이지,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다. 비지니스는 손님도 좋고, 나도 남는 것이 목표다. 손님만 좋고, 나는 밑지는 사업은, 하면 안된다. 완벽한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적정선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명월 아줌마의 공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잠깐 듣다. 6년동안 양계장을 혼자 운영했다. 그리고, 15년간 김치 장사를 했다. 중국의 김치장사는 규모가 크다. 그녀는 부자인데, 중국에 몇억원대 집이 있다.고한다. 한국평수로 치자면 100평이 넘는다. 중국이라면, 수백억원대 자산가 대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한참 어린 사장 밑에서 일한다. 가끔, '그녀는 사장인 나에게 고용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해서 일한다. 그녀는 1인 기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행동은 1인기업이다. 혼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고자 하는 습관이 그녀를 성장시킨다. 일의 맥, 일의 근간을 파악하고,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능력은, 일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일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크게 일할수록, 더 많은 능력이 생긴다. 주어진 일만 하면, 성장도 없다
새로운 아줌마는 눈이 침침한가, 설겆이가 깨끗하지않다. 일하는 모습도 마음에 안드는데, 설겆이에 고추가루가 묻어있으면 화난다. 그녀는 말을 시키면, 못알아듣는다. 그녀의 인상은 어둡고, 침침하다. 정보가 들어가는 입구가 꽉막힌 것 같다. 아마도, 보기 싫은 것 보지 않고, 자기 앞만 본다면 저런 인상이 되지 않을까?
명월 아줌마와 새로 온 아줌마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공격성과 수동성이다. 명월 아줌마는 지금도 한국말을 못한다. 기본적인 언어만 빼고, 못알아듣는다. 그럼에도, 홀주문을 받는다. 주문은 한국사람에게도 어렵다. 왜냐면, 손님은 적은 돈으로 많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5명와서 2인분 주문하면, 내쫓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 사장은 손님이 5명 오면 5인분은 바라지도 않고, 3인분만 시켜주셨으면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손님은 장사속으로 생각하며 큰 사기꾼이라도 보는냥 사장을 쳐다보는 것이다. 손님이 나를 이렇게 보면, 아프다. 상처도 생기고, 주문도 받기 싫어진다. 그녀는 이 일을 잘한다. 기꺼이 먼저 가서 잘 받아온다. 이런 사람은 이쁘고, 챙겨주고 싶다.
새로 온 아줌마는,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그녀의 생각은 한달 150여만원 받는 월급에 박혀있다. 손님이 많건, 적건, 그녀는 시간만 보내면 150만원을 받는다. 그 다음이나, 그 외, 심지어 당장 내쫓긴다해도 그녀는 150만 받으면 된다. 돈이 사람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만 보면 돈도 남지 않고, 사람도 남지 않을 것이며, 능력도 쌓이지 않을 것이다 돈은 결과다 능력을 키워나가면 당연 따라온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했다. 학력이 낮은 아주머니들을 내리깔아보았다. 내 인식에는 넥타이 매고, 스마트하며, 논리정연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똑똑해 보였다. 허나 자기 앞가림은 말빨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말이 아니라, 근육으로 굴러간다.
어느날부터 나는 그녀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잘난 아줌마는 잘난대로, 못난 아줌마는 못난대로 나에게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