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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3일 10시 50분 등록
하필이면(승진과 관련하여)

오랜 전 이런 노래가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있으면 휴지가 없고, 휴지가 없으면 화장실이 있고, 미팅에 가도 하필이면 제발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애랑 꼭 파트너가 되고, 한 달에 한 번 목욕탕에 가도 하필이면 그날이 정기휴일이고’ 등등 “무슨 일이든 어차피 잘못되게 마련이다.” 라는 ‘머피의 법칙’을 코믹하게 묘사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서 나오는 ‘하필이면’이란 말은 분명히 ‘왜 나만?’이라는 의문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까 남의 인생은 별로 큰 노력이 없어도 모든 일이 잘되어 나갈뿐더러 가끔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 오는 것 같은데, 왜 ‘하필이면’ 내 인생은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해도 걸핏하면 일이 꼬이고, 그래서 공짜 호박은커녕 내 몫도 제대로 못 챙겨 먹기 일쑤냐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일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게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순전히 운명적인 불공평으로 인해 다른 사람은 별다른 노력 없이 팡팡 잘나가고 좋은 후원자 만나 도움 팍팍 받고 잘 둔 선후배들이 힘 쑥쑥 밀어주는 데 나는 ‘이게 뭡니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재능을 골고루 나눠주신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필이면’ 승진에서만은 그런 재능을 깜빡하신 듯하여 못내 서운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얼마 전 아픈 마음 달랠 겸 아들놈과 같이 영화 볼 기회를 가졌는데 요즘 영화관은 복합상영관으로 되어 있어 이런 저런 영화를 고르다가 서로 좋아하는 영화라 싶어 관람하게 되었는데 관람 후 아들놈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하필이면’ 아빠가 그 많은 영화 중에 이렇게 멋진 영화를 저에게 보여주었냐면서 매우 기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때 아들놈이 ‘하필이면’을 좋은 상황에 갖다 붙이자 저의 ‘하필이면’도 갑자기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생각한 부정적 ‘하필이면’, 그리고 남을 원망하고 탓했던 ‘하필이면’이 갑자기 바뀌면서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동안 마음을 어둡고 힘들게 했던 많은 부분이 참으로 가당치않게 놀라운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도대체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기에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며, 구 본형 소장님이 운영하시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알게 된 것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다는 데 왜 ‘하필이면’ 내가 무슨 큰 권리나 가진 사람처럼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편하게 살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저 못사는 아프리카, 매일 싸움에 찌든 이라크 등에서 태어나 고통의 나날을 이어가는 데 ‘하필이면’ 한류다, IT강국이다, 경제규모 세계10권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며, 별로 남들에게 인정도 못 받는데 그래도 아내며 딸 아들이며 몇몇 친구들에게 좋은 놈이라고 인정받지 않는가.

‘하필이면’의 이중적 의미를 저보다 훨씬 어린 아들놈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가 품었던 그릇된 사고와 세상을 바라보며 아우성쳤던 좁은 소견이 새삼 부끄럽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많은 날 중에 ‘하필이면’ 오늘처럼 좋은 날 변화경영연구소 제2기 연구원 1차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 석자가 있다는 것을 무한한 고마움으로 간직하면서 세상을 보는 사고 전환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연구원응시자 대열에 참여토록 허락해주신 구본형 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저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펼치시는 연구원지망생 여러분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하면서 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남을 위한 삶을 걸어가기 위해 오늘도 조금씩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06. 3. 13

도 명수 올림
IP *.5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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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3.13 11:59:37 *.7.28.25
하필이면 이렇게 좋은날 명수님의 글을 읽는 행운이 나에게 있을 수있을까?
다음에도 하필이면 님에 의한 저에게 올 행운이 기대됩니다.
늘 좋은 날 되시기를...()...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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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3.13 17:51:22 *.229.28.221
저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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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06.03.21 00:17:01 *.73.132.62
데드라인을 기가막히게 맞춰서 숙제를 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읽은 글이 하필이면, 이렇게 유쾌한 내용이네요.
엄마가 옆에 계시길래 소리내어 낭독해 드렸는데 좋아하시네요.^^
좋은 글 감사드리면서, 편안한 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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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3.21 01:01:10 *.18.196.16
이미경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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