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한명석
  • 조회 수 210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3월 14일 19시 22분 등록
이원아트빌리지

성공한 건축가와 사진작가 부부가 평범한 농촌에 ‘건축마을’을 세우고 있다. 홍익대 교수이자 건축전문지 <플러스>발행인인 건축가 원대연은 7년 전에 충북 진천에 2막 인생의 또아리를 틀었다. 그는 원래 ‘마을’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마을 그림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면,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마을’에 대한 구상이 오랫동안 자리잡았던 것같다. 그의 저서 <여행 넘어서기>에 보면 ‘골목길의 교과서’ 같은 표현들이 있다.
또한 그의 마을그림들에는 ‘두고 온 마을’이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다. 두고 온 마을에 두고 온 사람인들 없었을까. 애틋한 이름이다.
건축주의 기호에 맞추어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가는대로 짓고 싶었노라고, 또 건축주가 처음에는 아버지연배였다가 동년배였다가 이제 아들연배가 되고 보니 감각이 차이가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고도 한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진천군 이월읍의 시골길을 들어서니 가로로 길게 이어붙인 나무판자 벽이 길을 막는다. ‘이원아트빌리지’와 ‘상촌미술관’ 팻말이 같이 걸려있다. 마치 성벽처럼 길게 이어진 나무벽이 아주 인상적이다. 입구에 그윽하면서도 해맑은 찻집이 있다. 유리창이 많아서 바깥풍경이 그대로 들어오는데, 의자에 앉게 되어있는 테이블 옆에 좌식 공간이 함께 배치된 것이 돋보였다. 다리가 피곤하다든지 좌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힌 셈이다. 나는 이런 작은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이것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관점이다.

솔잎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고 전시실-상촌미술관으로 들어선다. 부부의 현대미술 소장품과 건축가의 그림, 부인의 사진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원대연의 그림은 전부 마을에 관한 그림이다. 이태리, 베트남, 네팔 그 어디에서든 원대연은 집을 그렸다. 집은 그에게 일이요 취미요 처음이자 끝이요, 이 세상을 보는 窓인가 보다. 자연히 집은 그에게 ‘사랑’이요 ‘인생’일 것이다. 나는 원대연이 집을 가진 것처럼 ‘그 무엇’을 가진 인생을 동경한다. 오랜 세월 ‘그 무엇’에 쏟은 시간은 유형무형의 자산이 되어 남는다. 세상에 village라니!
원대연은 건축을 통해 꿈꾸고, 건축을 통해 말한다. 나는 그의 메세지를 다 알아들었다. 마침내 그의 village는 나의 이상향이 되었다.
부인의 사진작품에서는 시적인 제목이 더욱 돋보인다. 신경세포처럼 가느다랗게 퍼져있는 나뭇가지 사진에는 ‘빈 하늘 채우기’, 안개 낀 아침 냇가풍경에는 ‘온누리가 젖었는데’,
감나무 끝의 홍시 몇 개에는 ‘떠있는듯 매달려 있네요’라는 제목을 달아 놓았다.

건축마을 최대의 화두는 <자연>으로 보인다. 모든 건물들이 나지막해서 하늘을 가리지 않는다. 건물마다 한 개의 벽면 전부 혹은 틈만 나면 구석이나 천장에 유리를 많이 넣었다. 어디에서나 유리를 뚫고 들어온 햇살과 하늘과 나무를 볼 수 있다. 그것은 화장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울이 유독 낮게 달려있어 살펴보니, 어김없이 거울 위로 하늘이 들어와 있었다.
자연의 경사를 그대로 살린 계단과 골목길이 참 독특하다. 무심히 계단을 올라가 보니 건물 옥상과 야산 산책로가 그대로 연결되어 있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아기자기한 미니정원들이 숨어있다. 도저히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인데도 돌로 꾸며져 있기에 기어이 끝까지 가 보았더니 개구멍을 뚫어 놓았다. 호기심많은 나그네를 위한 배려인 셈이다. 이 곳에는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자연히 ‘이야기’도 많다. 아직은 나무들이 어리지만 좀 더 세월이 흘러 나무가 자라고 숲이 어울어지면 어릴 적 ‘비밀의 화원’처럼 은밀한 이야기를 숨기리라.
찻집과 미술관, 그리고 살림집 외에 게스트하우스. 아트공방. 세미나실 등이 있는데, 나지막하고 이국적인 집과 나무, 유리창에 비친 또 하나의 풍경들이 ‘지금 이 곳이 아닌 어떤 곳’처럼 느껴졌다. 마을 혹은 village라는 단어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ewonart.org
IP *.199.134.13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