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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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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4일 23시 27분 등록
나는 어려서부터 나의 생각을 말보다는 글로 잘 표현해내는 아이였다. 그 형태가 산문이든 시든 표현이 자유스러웠고, 또한 감동적이었다. 이런저런 상들도 많이 받았고, 그 중에는 전국대회 상도 몇 개 있다. 한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도 꾸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내는데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담의 수준을 넘어서 이젠 그 어떤 글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블로그에도 작성해 놓고도 비공개로 해 놓은 글들이 많다.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고 글을 쓰는 횟수도 예전보다 늘었지만, 갈수록 나의 글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지고 나의 글을 누군가에게 내보인다는 데 자신이 없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한지는 몇 년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기를 어려워 하는, 내가 쓴 글을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너무 특별한 글을 쓰고 싶어 한다.
편지를 쓰듯이 쓰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는데, 특별한 주제를 갖고 특별한 문체로 표현해 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그 글은 내 글이 아니고, 그래서 표현이 거북스러워진다.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내가 아닌 것들을 표현해 내고 싶어했다. 욕심이 지나쳤다.
평범한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배워야겠다. 오늘 아침 함께했던 택시아저씨에 대해서, 점심에 먹었던 포도 한 알에 대해서, 머리를 감다가 문득 떠올랐던 생각에 대해서 적어나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나에 대한 기대를 너무 의식한다.
주위에서는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때로 이런 기대가 나에게 힘이 되어 일어설 수 있게 해 주기도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나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기대를 벗어던져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서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스스로에게 칭찬하도록 해야 한다. 주위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의 목표에 달성했을 때는 칭찬도 하고 상도 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너무 완벽해 지고 싶어한다.
내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항상 시도도 못 해본 채 실패했다. 이 습관은 회사 일을 할 때도 가끔 드러난다.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예 제출도 못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더 나아지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일의 완성도만큼 제 시간에 마무리를 하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하다. 후자를 우선순위에 두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글쓰기 시간을 방해 받는다.
내 방이 없고, 내 시간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나의 글쓰기는 항상 다른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시간에, 동생이 TV를 보거나 언니가 옆에서 밥을 먹고 있다. 그래서 나는 회사 회의실에서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따로 만들어 내야겠다. 10분이든 20분이든,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에는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는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은 내 과거의 재능을 찾는 일이며, 어린시절의 즐거움을 되찾는 일이다.
올 한해동안 꼭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글쓰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길 바란다. 이 글이 그 즐거움의 시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IP *.84.25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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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3.14 22:45:09 *.142.141.28
미영 파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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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2006.03.15 07:13:28 *.227.187.60
공감합니다.

저는 지금 지방통계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습니다. 지금 제 마음을 거울로 보고있는것같군요.
제마음과 싸우는 부분도 합리적인 사고와 비합리적인 사고로 괴로워 하고있습니다. 가정주부로만 있다가 사회의 조직원으로 일을 할려하니 힘이들군요 .
저또한
1. 모든 사람에게 너무특별한 이미지로 남고싶어하는 욕심때문에 아주평범한 이야기 보다는 지적이고 우아한 이야기만 할려하니 타인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거북스러워집니다. 행여 실수하지 않을까해서 ....
유머도 위트도 없는 사람이 고고한척 .. 때로는 푼수도 떨고 실수했던과거담을 털어놓으면 좀더 편할것같은데..... 나인것을 표현해야하는데 나아닌것을 보여줄려합니다.

2. 나의 외모상 우러나오는 이미지에서 (첫인상) 너무나 이지적이고 똑똑한 외모를 가졌다. 보기와는 다르다는 과거의 회사 선배에게 들은 말이 각인되서 무슨일을 할적에 망설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사실 똑똑하지도 못하고 마음도 약하고 분석력도 부족하죠. 나의 외모에서 풍기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욕심이 지나치니 스트레스죠.

3. 일이 서툴면서도 쓴소리는 듣기싫어서 잘할려고합니다. 그런데 잘되지않아요.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고싶은데.....

신입사원이라는 마음으로 배우자 하지만 나이라는 숫자가 용서하지를 안네요. 그래도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봅니다. 변화의 칼을 마음에 담고서... 일이 즐겨워지는 그날까지 집중하는 연습을 .....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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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3.15 09:31:30 *.248.117.3
내가 본 미영글 중에서 이 글이 제일 맘에 든다.
글을 못썼던 몇가지 이유를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감.
그리고 미영이 갖고 있는 재능은 인정.
단 한 번에 완벽해 지기는 어려운 법.
실수와 실험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 것.
처음에는 가슴으로 쓰고 다음에는 머리로 쓸 것.
아주 평범한 이야기같지만 글쓰기에서는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요즘 많이, 아주 많이 깨닫고 있음.
이렇게 계속, 쭈욱 써.
용기를 내.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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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3.15 10:04:28 *.74.176.118
저도 이글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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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3.15 10:40:44 *.145.231.65
마음과 손이 가는대로 쓰면 글이 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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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2006.03.15 10:45:46 *.109.152.197
미영님의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할 솔직한 자기고백의 글로서
첫째주의 과제를 모든 분들이 완주했습니다. 참가자 모든 분들과 자축하고 싶네요.
처음엔 안 쓰는 분들이 몇 명일까를 세었었는데 나중에는 둥그런 원의 한 부분이 빠져나간 것처럼 빈 부분이 언제 채워질까를 기다리게 되더군요.
드디어 원이 제 모습대로 그려져서 보기 좋구요, 기분이 좋네요.
강미영님의 글을 어제 하루종일 기다렸거든요.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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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6.03.15 11:46:11 *.120.97.46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나탈리 골드버그/한문화)'라는 책이 있는데 좋아.
'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 2000 / 숀 코네리, 롭 브라운)'라는 영화가 있는데 좋아.

책 한 권, 영화 한 편을 가볍게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즐겁게 읽고 보면 좋겠어.

글쓰기는 탐험이고 모험이야.
때로는 지루하고 위험하고 아슬아슬하고 흥분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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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수
2006.03.15 18:36:35 *.57.36.18
저는 무척 나이들어 글을 써보고 있는데
아마 저보다 가능성이 훨씬 많을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행하는자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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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
2006.03.23 03:06:04 *.84.254.206
재동오빠 // 아자!! ^^
그늘님 // 솔직해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는것. 참 쉬우면서도 어렵죠~ ^^
병곤오빠 // 실수와 실패는 없다... 오직 경험과 학습만이 있을뿐~ ^^
귀한자식님 // 감사
자로님 // 오호~ 명언이옵니다... 글로가는 길!
종승님 //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
승완오빠 // 책은 읽었고, 영화는 봐야겠네... 그래도 아직도 글 쓰는건 힘들어...
도명수님 // 명수님의 글, 잼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화이팅!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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