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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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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7일 07시 02분 등록

나에게 새벽 5시는 일어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찍 일어나시는 외할머니한테 게으름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래서 10년전까지만 해도 정말 구제불능의 게으른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깨진 것은 2005년 새벽운동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몸에 좋다는 것은 맛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처럼 나는 좋아 보이는 시스템도 잘 따라하는 편이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의 표상처럼 여겨지던 시절이라 새벽 기상을 시도해보지 않았을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이겨내기 힘든 대상이 눈거풀이라는 것을 학창시절 이후로 다시 실감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도, 윗 상사나 선배도 무섭지 않은 나에게 극복하지 못할 대상은 다름 아닌 그 놈이었다.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하지도 못할 새벽 운동을 끊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의지로 안되면 시스템으로 돌리는 수 밖에….’라는 생각으로 3개월, 6개월 단위로 끊은 운동은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을 갔다 오면 언제나 영어책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때 유행하던 강사에 따라 책과 CD를 열심히 사 나른 적도 허다하다. 때로는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실증을 느끼기 보다는 순간적인 열의에 들떴던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중력의 힘에 의해 가라 앉았기 때문이다. 계속 되는 실패를 맛보면서도 번번이 시도하는 나의 도전을 긍정의 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여하튼 나는 매번 수여하는 기상미션의 실패 원인을 외할머니한테 들은 게으름뱅이로 돌리기도 했지만, 그것에 굴복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모임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남자를 보게 되었다.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었을 뿐인데 40대 중년의 그에게서는 남들에게 없는 광채가 있었다. 그렇다고 연예인급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친한 언니한테 물어 보니 우리회사의 챔피언이고 매일 새벽에 수영을 하며 탄탄한 몸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났고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가야 했는데, 그 챔피언이 우리와 같이 간다는 소식이 내 귀에 전해졌다. 그때만 해도 일에 대한 성취욕에 빠져 있던 터라 그와 같이 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은 지맘대로 설레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미국의 바닷가에서 하늘을 보며 배영을 같이 하는 것이 되었다. 남은 기간은 4개월. 나는 새벽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은 과천이었고 근무지는 명동이었기에 6시부터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5 2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이 번쩍 떠지고 몸도 눈과 함께 가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노력을 해도 안되던 새벽 기상은 생면부지의 말도 한 마디 나누어보지 못한 낯선 남자로부터 시작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출석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전에 비하면 기적이라 불릴 만큼 성실해졌다. 그런데 이런 것을 첩첩산중이라고 하는 것일까? 도저히 늘지 않는 수영실력 때문에 강사한테 혼이 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빛나는 남자와 꼭 수영을 하리라!’ 다짐하면서 이를 악물었고 부족한 부분은 주말마다 자유수영을 하며 채워갔다. 수영을 배운지 두 달이 되었을 때, 항상 구박만 하던 목청 큰 강사가 나에게 묻는다. “수영 두 탕 뛰나?” 이 젊은 놈은 한 참 누나 뻘인 나에게 왜 맨날 반말인지그래도 칭찬을 들으니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그렇게 해서 영 가망이 없어 보이는 수영은 두 달 만에 중급 반으로 올라가는 쾌거를 보였다. 그렇게 노력을 한 탓에 배영까지는 잘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그래서 반짝이는 그와 바닷가에서 수영을 했냐고? 바닷가 말고 호텔 수영장에서 했으니 그만하면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셈이다. 다행인 것은 그때부터 7년동안 새벽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탄탄한 몸매와 건강을 다 취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름 짧은 S라인이라며 허리와 가슴을 꼿꼿이 새우며 다닌 시절이 있었으니, 정말 아 옛날이여다. 그렇게 수영으로 시작된 운동은 에어로빅, 요가 등으로 종목이 바뀌었고 비로서야 외할머니의 짧은 외침 게으름뱅이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매일의 힘을 빌리지 않으니 7년 동안의 습관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가정을 갖고 난 뒤 그전처럼 몸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새벽 운동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시간은 잠으로 대체되었다. 일을 쉰 지 1년이 되어가면서 새벽 기상은 또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습관을 찾는 것이 불가능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다시 게으름뱅이를 가까이 하고 있었고 새벽기상 미션은 언제나 잠과 동침했다. 몇 번을 마음을 다잡고 시도를 해보아도 매번 무력한 실패감과 맞이하는 아침뿐이었다. 그런데 요즘 10일째 5시에 기상을 하고 있다. 5시 기상은 새벽 운동을 할 때보다도 이른 시간이다. 다름아닌 새로운 습관, 모닝페이지를 쓰기 위해서다. 물론 당분간은 콩두님이 모닝콜을 해주기로 했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힘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눈이 떠진다. 상대방이 모닝콜을 해주기 전에 내가 일어났음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은 피울과 종종도 합류를 했다. 이들도 매일의 힘을 빌려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탄탄해진다. 이번의 기상습관은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길 희망한다. 그 매일의 힘으로 내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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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0:27:11 *.124.78.132

우와 ^^* 작심삼일과 의지박약의 대명사인 저로서는 참치언니가 마냥 부럽기만 한데요~ 담에 미국 여행기도 다시 자세히 듣고 싶고요 ㅎㅎ

저도 내일부터 5시 기상에 끼워주세용! 모닝콜 원츄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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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0:57:41 *.255.24.171

ㅍㅎ 모닝콜 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군. 기쁜 소식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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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14:51:48 *.196.54.42

7년 식이나 새벽 운동을 하셨다고? 어딘지 독한 구석이 있다고 했더니...대단하셔~

새벽5시 기상! 축하하오. 모닝페이지 열흘 째 쓰고 있겠군. 하루 몇 시간 투자하여 몇 페이지? 뭐, 이런 가시적인 성과가 중요하다고 그러더만.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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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10:59:24 *.255.24.171

감사해요. 오늘은 완전히 졸면서 썼어요. 졸음이 썼는지 제가 썼는지 분간이 안갈정도로 ㅋㅋㅋ

아직은 하루에 3페이지만 써요. 필 받으면 5페이지 나갈때도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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