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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반창고를 떼어 내며
2014.10.27
10기 찰나 연구원
마음에 깨어있고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내 마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4박 5일 동안 ‘나눔의 장’ 수련에 참석하여 많은 사람들과 마음 속 이야기들을 쏟아내었다. 살아오면서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세상에 못 다한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올라오는 감정 등 자신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떠한 이야기든 다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속에 뭔지 모를 답답함, 짜증, 화 등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그 사람의 얘기에 동화되어 계속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왔다. 왜 그럴까? 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릴 적 견디기 힘든 상황들이 내가 인식하지도 못한 채 하나둘씩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내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마음속 상처와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슬픈 영화나 드라마만 보면 그렇게도 많이 울었나보다. 마음속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누군가 아프고 힘든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나왔나 보다.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공감하며 흘린 눈물이었지만 그건 내 자신의 마음속 상처에 반창고를 하나씩 덧붙이며 위로는 해주었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상처가 낫듯 마음속 상처도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허전한 마음이 들 때, ‘왜’ 라고 묻지 마세요. 우리는 기쁠 때는 ‘왜’를 따지지 않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왜’를 따지는 거죠. 따라서 ‘왜’라는 생각이 들면, ‘아, 내 상태가 좋지 않구나. 허전하구나, 우울 하구나’, ‘지금 내 마음이 그렇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때, 일어나는 마음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말고, 또 좋다 나쁘다는 생각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켜보기만 하세요.
어떤 마음을 좋아하게 되면 그 마음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게 되고, 싫어하게 되면 그 마음이 사라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붙잡지도 말고, 밀어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왜’라고 묻는 건 일어나는 마음을 밀어내는 것입니다.
- 묘당법사 ‘마음’에 관한 말씀 中 -
그동안은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 당신은 왜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꾸 생각을 이야기하세요?” 나는 열심히 마음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과거속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조차도 가슴속 꼭꼭 묻어두었던 것들이어서 말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내가 이야기한 것은 오랜 기억들의 생각만을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내가 그러고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에 그분이 그런 말씀을 쏘아붙이듯이 이야기해서 왠지 기분이 나빴는데 그분의 말씀을 듣고 돌이켜보니 나는 감정보다는 ‘생각’, 느낌보다는 ‘사실’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도 깊은 공감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설 때도 뭔지 모를 허전함이 있었는데 생각만 나누고 돌아와서 그랬나 보다.
마음에 깨어 있어야 어떤 마음인지 마음을 알 텐데 그 동안 마음속 창고에 들어오는 대로 그냥 수북이 쌓아놓기만 했다. 좋은 것은 그냥 잠시 머물다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쁘고 힘들고 괴로운 것은 사라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였다. 그것도 신기하다. 왜 좋았던 기억, 행복한 기억은 쌓이지 않고 괴롭고 힘든 것만 쌓이는 것일까? 그래서 인생을 ‘고(苦)’라고 얘기하는 것일까?
4박 5일 동안 마음속 상처에 붙여두었던 반창고를 하나둘씩 떼어내었다.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반창고를 하나둘씩 떼어내니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처가 몇 개인지, 반창고가 몇 개 붙여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가장 아프다고 했던 상처를 직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다시 돌이켜보고,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인지 다른 사람들의 위로나 비난, 웃음으로 알게 되었다. 내 가 옳다는 자기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니 마음속 상처들이 하나둘씩 아물기 시작했다.
‘4박 5일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전을 보이는 분들도 보았다. 시작하는 첫날부터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말붙이기 어려울 정도의 분도 있었고, 부정적 사고가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부정적 사고의 끝을 보여준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던 분들이었는데 그 분들 조차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는 해바라기처럼 환한 표정과 얼굴색이 바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음속 상처가 인간의 육체를 얼마나 병들고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마음속 상처는 보이지도 않기에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지만 그건 외형상의 병만 치료를 할 뿐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몸은 분주하고 바쁘지만 마음은 늘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이다.
이제 마음속 상처에 붙여두었던 반창고를 떼어내고, 연고를 발라주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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