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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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4. 가상 북리뷰 - 칠일간의 만남
감기에 걸렸다. 바이러스를 유포하게 될까봐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다. 갇혀있으니 별별 생각이 다 왔다 간다. 지나간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장난끼가 발동했다. 연구원 하는 동안 익숙해진 북리뷰의 형식으로 지금 하고 있는 막강한 고민을 풀어 놓는다.
북리뷰 80. 칠일간의 만남 - 좌경숙
책: <칠일간의 만남> 좌경숙 지음. 21세기북스(?). 2021.
*** 저자에 대하여
좌경숙은 울보다. 어릴 때 한번 울기 시작하면 해가 질 때까지 울고 있기에 오빠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밖에도 모든 무서운 일을 당하면 먼저 울고 본다. 울어서 뜻을 이룬 일도 있고 일을 망친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날인가 울지 않는 병에 걸렸다. 병은 점점 깊어져서 드디어 마음도 잃어버렸다. 그 후로는 교육 받은대로 인습을 따라서 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암에 걸려 생명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도중에 다시 눈물을 되찾았다. 결국 울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울음이 노래로 바뀌었다. 이 책은 그 울보가 부른 생애 최고의 노래란다. 백조의 노래일까?
***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아직 씌여지지 않았으므로 없다.
*** 내가 만일 저자라면
먼저 이 책의 차례를 한번 살펴보자.
서문
1장 봄
2장 여름
3장 가을
4장 겨울
맺음말
저자는 이 책에서 죽음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도 죽음의 실체를 경험하지 못했다. 어린아이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저자는 감각을 통해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를 모두 회상해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지금 나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인생의 가을이 시작될 때 그 자신이 암환자가 되어 죽음 앞에 서게 된다. 그때 처음으로 그동안 잠궈 두었던 울음을 되찾았고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도 다시 울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는 수시로 운다. 남의 일에도 자기 일처럼 울고 자기일도 남의 일처럼 운다. 울다가 신이 나면 같이 울자고, 자기가 울었던 이유를 글로 풀어놓는다.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그 시간에 혈육의 죽음을 경험한다. 소멸의 아름다움을 울보의 눈으로 지켜본다. 이번엔 전에 이미 다 울어둔 탓인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죽음이 있어서 삶을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혼자 간직할 수가 없어서 글로 풀어 세상에 내어 놓았다. 가장 평범한 곳에서 삶을 사랑할 이유를 건져낸 것이다.
이 책은 우선 쉽게 읽히는 책이다. 저자는 그가 논리와 체계에 익숙한 글을 잘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 쉬운 단어와 너무 평범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저자는 눈물을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일부러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곳곳에 절제하고 멈춘 흔적들이 보인다. 좀 더 솔직하게 자기의 인생을 풀어놓았으면 더 공감이 쉬웠을 것을...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 번 째는 너무 많은 말을 여기저기 늘어놓았다. 차이와 반복을 생각하며 일관성의 평면을 찾아가려고 애쓴 흔적이라고는 하나 독자가 보기에는 그 이야기에 그 반응 같다. 다시 말하자면 반복은 있는데 그 차이가 선명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처음 읽어서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여러 번 읽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읽을 책은 아닌 것 같다.
세 번 째는 독자를 배려한다고 했지만 감정 반응이 너무 개인적이다. 일부러 지어낸 감정 같다. 아마 책을 통해 이해한 것을 함께 나누려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저자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책속에 친구가 많다고 했다. 이 친구들이 모두 독자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설명이 필요한데 작자는 과감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설명을 하지면 강의처럼 받아 들여질까봐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 같지만 때론 재미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는 기발한 것 , 남다른 것, 과감한 것들이 다 필요한데, 지나치게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쓴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의 첫 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단한 열정과 정성이 엿보인다. 울보에서 비울보 다시 울보로 진행된 울보의 발달과정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적절한 순간에 더 잘 울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 이유는 타탕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