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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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온양온천 마라톤이 열렸습니다.
4월 3일 합천 마라톤 이후 근 1달 반만의 시합이라 몸이 근질거립니다.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찜질방을 다녀와서 좀 늦게 자서 아침7시경에 일어 났습니다.
씻고 식사를 조금만 하고 아마 반공기정도 먹었나 봅니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화장실에 오래동안 있다가 볼일도 보고 준비물을 챙겨 9시경 집을 나섰습니다.
10시가 출발이라 9:20 경에 현충사 입구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대회장으로 걸어 갔습니다.
약 20분 정도 간단한 준비운동과 가벼운 달리기를 하고 출발대로 갔는데 식전행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산 시장이 근 5분 정도 인사말을 하는 괴경과 치어리더 공연, 선문대 응원단의 공연 등 괜시리 짜증이 납니다.
드디어 출발선으로 갔는데 웅성웅성.
가만히 보니 출발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져 항의가 빗발칩니다.
이유인즉슨 일요일에 초파일이라 마라톤 코스와 절가는 길이 겹쳐 옥신각신하고 있어 출발이 늦어진답니다. 많은 마라토너들이 이런 대회 첨 봤다면서 웅시렁 궁시렁 합니다.
드뎌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저도 기념품으로 받은 스포츠시계로 타임워치를 눌르고 출발하였습니다.
처음 약 2km정도는 가로수가 드리워진 길이라 기분좋게 출발하였습니다.
서울 매형 충고대로 몸의 구석 구석을 점검하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왼발 니는 괜찮나? 오른발목은 계속 아리는데 오늘은 잘 해보자. 응?
목이 뻐근한게 햇빛 자외선을 받으면 괜찮아질려나 등등등
한 10분정도 내 몸 구석 구석과 얘기하면서 주위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초반부터 속도를 내는 사람도 있구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도 달리고 계십니다.
저 앞에는 잉꼬부부도 달립니다. 티에다 '하늘사랑'이라고 써서 달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속도가 빠릅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익숙한 은행나무숲(제가 관계하고 있는 벤처협회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을 지나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금방 속도를 낸 조금전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조금 속도를 늦춥니다.
3km를 지나니까 10km/50분이라고 등에 쓴 페이스 메이커가 풍선을 달고 옆을 지나갑니다.
으잉! 저거다. 바로 뒤따라 잡고 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래 오늘 목표는 50분 주파야. 넌 죽었다. 히히낙낙 1km를 따라 달리다 드디어 오버페이스.
반환점을 저 앞에 두고 페이스 메이커를 놓쳐 버렸습니다. 숨이 턱턱 차 오릅니다.
무리를 했나 봅니다.
다시 연습할 때의 평소 페이스대로 발걸음을 조절하였습니다.
반환점을 돌 때쯤 하프/2시간10분 페이스 메이커 마라토너를 추월하였습니다.
반환점에서 여고생으로 보이는 응원단들이 열광적(?)으로 괴성을 지릅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해 반환점을 통과합니다. 시간을 보니 23분대 후반.
아직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숨차 오르는 몸을 데리고 급수대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합니다. 빨리 물부터 먹어야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처음 급수대에서 물 한컵을 먹고 스펀지물을 그냥 등에 넣어 버렸습니다.
물이 등을 타고 온 몸을 적셔줍니다. 그 한순간 만큼은 살 것 같습니다.
한 동안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립니다.
저 앞에 장애인 한 분이 휠체어(?)로 달려 오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갈수록 뜨거운 햇볕이 이젠 머리를 오락가락 열나게 합니다.
와 이런 날씨에는 하프를 어떻게 뛸까? 다다음주에 하프 신청했는데 큰일났다. 그건 포기할까?
이런 저런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고수들(?)로 보이는 선수들이 저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아니 나를 어떻게 보고 감히. 같이 속도를 높이다 곧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깨갱^-^
핵핵핵~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은행나무숲길로 들어섰습니다. 휴~ 이젠 살았다.
시간을 보니 50분은 힘들것 같습니다.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고 조금 속도를 늦추기 시작합니다. 조금 살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골인지점이 저 멀리 눈에 밟히기 시작하네요.
속도를 내야지 하는데 발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럴때 내가 잘 하는 방법. 온 몸의 신경을 무릎과 허벅지에만 둡니다. 하나 둘 하나 둘 ...
발이 움직일 수 있도록 단지 다리와 다리만 움직이는 단순반복에 집중합니다. 체력이 있을때에는 속도를 내는데 효과가 꽤 있습니다.
드디어 골인!!! 53분 중반입니다.
첫 마라톤 때 기록이 57분 후반이니까 그래도 선방한 셈입니다.
쉴 겨를도 없이 식당일이 바빠서 그냥 마무리 운동도 생략하고 차로 걸어와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함께 와서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가족들이랑 같이 와야겠습니다.
달리고 난 후의 시원함은 달리는 사람만이 느끼는 심정은 아닐 것입니다.
글을 쓰는 분이 마지막 원고를 넘겼을 때의 마음이나, 책 한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나, 프로젝트를 다 마쳐 새벽길 퇴근할 때의 심정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다음 하프때는 조금 더 준비를 잘 해서 즐겁게 뛰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보람찬 뜀뛰는 시간들이었습니다.
IP *.247.38.177
4월 3일 합천 마라톤 이후 근 1달 반만의 시합이라 몸이 근질거립니다.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찜질방을 다녀와서 좀 늦게 자서 아침7시경에 일어 났습니다.
씻고 식사를 조금만 하고 아마 반공기정도 먹었나 봅니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화장실에 오래동안 있다가 볼일도 보고 준비물을 챙겨 9시경 집을 나섰습니다.
10시가 출발이라 9:20 경에 현충사 입구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대회장으로 걸어 갔습니다.
약 20분 정도 간단한 준비운동과 가벼운 달리기를 하고 출발대로 갔는데 식전행사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아산 시장이 근 5분 정도 인사말을 하는 괴경과 치어리더 공연, 선문대 응원단의 공연 등 괜시리 짜증이 납니다.
드디어 출발선으로 갔는데 웅성웅성.
가만히 보니 출발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져 항의가 빗발칩니다.
이유인즉슨 일요일에 초파일이라 마라톤 코스와 절가는 길이 겹쳐 옥신각신하고 있어 출발이 늦어진답니다. 많은 마라토너들이 이런 대회 첨 봤다면서 웅시렁 궁시렁 합니다.
드뎌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저도 기념품으로 받은 스포츠시계로 타임워치를 눌르고 출발하였습니다.
처음 약 2km정도는 가로수가 드리워진 길이라 기분좋게 출발하였습니다.
서울 매형 충고대로 몸의 구석 구석을 점검하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왼발 니는 괜찮나? 오른발목은 계속 아리는데 오늘은 잘 해보자. 응?
목이 뻐근한게 햇빛 자외선을 받으면 괜찮아질려나 등등등
한 10분정도 내 몸 구석 구석과 얘기하면서 주위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초반부터 속도를 내는 사람도 있구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도 달리고 계십니다.
저 앞에는 잉꼬부부도 달립니다. 티에다 '하늘사랑'이라고 써서 달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속도가 빠릅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익숙한 은행나무숲(제가 관계하고 있는 벤처협회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을 지나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금방 속도를 낸 조금전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조금 속도를 늦춥니다.
3km를 지나니까 10km/50분이라고 등에 쓴 페이스 메이커가 풍선을 달고 옆을 지나갑니다.
으잉! 저거다. 바로 뒤따라 잡고 같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래 오늘 목표는 50분 주파야. 넌 죽었다. 히히낙낙 1km를 따라 달리다 드디어 오버페이스.
반환점을 저 앞에 두고 페이스 메이커를 놓쳐 버렸습니다. 숨이 턱턱 차 오릅니다.
무리를 했나 봅니다.
다시 연습할 때의 평소 페이스대로 발걸음을 조절하였습니다.
반환점을 돌 때쯤 하프/2시간10분 페이스 메이커 마라토너를 추월하였습니다.
반환점에서 여고생으로 보이는 응원단들이 열광적(?)으로 괴성을 지릅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해 반환점을 통과합니다. 시간을 보니 23분대 후반.
아직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숨차 오르는 몸을 데리고 급수대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합니다. 빨리 물부터 먹어야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처음 급수대에서 물 한컵을 먹고 스펀지물을 그냥 등에 넣어 버렸습니다.
물이 등을 타고 온 몸을 적셔줍니다. 그 한순간 만큼은 살 것 같습니다.
한 동안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립니다.
저 앞에 장애인 한 분이 휠체어(?)로 달려 오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갈수록 뜨거운 햇볕이 이젠 머리를 오락가락 열나게 합니다.
와 이런 날씨에는 하프를 어떻게 뛸까? 다다음주에 하프 신청했는데 큰일났다. 그건 포기할까?
이런 저런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고수들(?)로 보이는 선수들이 저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아니 나를 어떻게 보고 감히. 같이 속도를 높이다 곧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깨갱^-^
핵핵핵~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은행나무숲길로 들어섰습니다. 휴~ 이젠 살았다.
시간을 보니 50분은 힘들것 같습니다.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고 조금 속도를 늦추기 시작합니다. 조금 살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골인지점이 저 멀리 눈에 밟히기 시작하네요.
속도를 내야지 하는데 발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럴때 내가 잘 하는 방법. 온 몸의 신경을 무릎과 허벅지에만 둡니다. 하나 둘 하나 둘 ...
발이 움직일 수 있도록 단지 다리와 다리만 움직이는 단순반복에 집중합니다. 체력이 있을때에는 속도를 내는데 효과가 꽤 있습니다.
드디어 골인!!! 53분 중반입니다.
첫 마라톤 때 기록이 57분 후반이니까 그래도 선방한 셈입니다.
쉴 겨를도 없이 식당일이 바빠서 그냥 마무리 운동도 생략하고 차로 걸어와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함께 와서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다음에는 저도 가족들이랑 같이 와야겠습니다.
달리고 난 후의 시원함은 달리는 사람만이 느끼는 심정은 아닐 것입니다.
글을 쓰는 분이 마지막 원고를 넘겼을 때의 마음이나, 책 한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나, 프로젝트를 다 마쳐 새벽길 퇴근할 때의 심정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다음 하프때는 조금 더 준비를 잘 해서 즐겁게 뛰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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