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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8일 11시 46분 등록

나의 베아트리체 : 나에게 종교란?

 

Bott_marinoff_therapy_2.jpg

 

그의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1290년 6월 9일 베아트리체가 병에 걸려 죽으면서였다.

좌절과 눈물, 고뇌 거기서 단테가 갈구한 것은 문학이었다. 베아트리체는 죽었으나 단테는 살아 글을 쓴 것이 새로운 삶이었다.

베아트리체의 육체는 단테의 사랑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분명 베아트리체는 시적 구성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여자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통해 단테가 신의 세계를 상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삶에 이어 신곡을 쓰게 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특히 두 번째 만남에서 베아트리체가 건넨 인사는 단테에게 구원의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세계 문학사에서 최고의 걸작을 쓰는 영감을 얻는다.

거기서 단테는 속세적 의미의 감성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중세의 기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이 지상과 내세에서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다.

 

베아트리체에 대한 단테의 마음을 읽으며, 나의 베아트리체는 무엇일까? 베아트리체에 대한 해석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번엔 나의 종교에 관한 베아트리체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 하나님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Time을 선언합니다.

제가 세상에 있는 종교를 좀 돌아다녀보고 와도 좋을까요? ” 하나님은 허락하셨고 난 아직 방랑중이다.

 

단테처럼 추방된 것도 아니고, 돌아갈 수 없는 피렌체가 내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 5년 전 스스로 기독교에서 추방을 선언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있었다.

아 ~ 기독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

 

가톨릭 세례명은 수산나. 단테의 연보를 보며 700년의 세월이 있지만 나이를 헤아리며 그의 발자취와 업적을 따라가는 신곡이었다.

단테의 출생시기 1265년 나는 700년 이후 1965년 .

 

단테는 1266년 3월 26일 Saint 조반니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다. 난 언제인지 모르지만 명동성당에서 1-2살에 유아영세를 받았다.

그 이후 연희동 성당이 생기기전 우리는 늘 주일이면 명동성당까지 미사를 드리러 갔다. 난 참 성당 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미사엔 별로 관심이 없고 일요일마다 코스모스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하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다. 그

런데 문제는 매주 아버지를 누가 백화점에 가자고 말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나랑 오빠는 아버지 뒤를 졸졸 쫓아가며

아 “오빠가 얘기해.” “ 아, 너가 해 봐.”이러다 아무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집으로 오는 때도 있었다.

이렇게 나의 신앙생활은 명동성당의 미사 그리고 코스모스 백화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73년 초등학교 3학년 때 첫영성체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때 견진성사를 받으므로 순전히 부모님의 의도와 계획 아래 가톨릭 신자로 만들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1991년 결혼. 결혼과 함께 난 구교에서 신교로 이동을 한다. 처음엔 도저히 맞지 않는 종교 형식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어느새 나는 집 – 교회, 교회 - 집을 오가는 열성 신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매일 4시 반이나 5시에 일어나 새벽예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통성기도를 전혀 하지 못하던 난 어느새 그들을 흉내 내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방언은 하지 못하는 신자였다. 2001년 내 인생의 바닥인 죽음을 경험하며 난 더 처절하게 매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난 목회상담학을 한다는 미명하에 시작한 신학공부. 그러나 철학적인 배경 없이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거의 무지함과 무모함의 극치였다.

난 처음으로 밤을 새워가며 조직신학과 씨름했던 기억이 있다. 목회학을 마친 후 2006년 목회상담학을 하며 알게 된 코칭.

 나처럼 현실에 잘 순응하는 성품은 만일 이슬람에서 태어났다면 난 알라신을 믿는 사람이 되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난 세상의 종교를 좀 둘러보기로 결심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곡을 읽으며 ‘아, 돌아올 때가 되어 가는 구나!’ 를 알 수 있었다.

 

난 오늘은(5.27) 봉은사 옆에 있는 곳에서 이 글을 작성 중이다.

잠시 후에 초파일 행사로 떠들썩한 봉은사를 다녀올 생각이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난 그렇게 봉은사를 지나다녀도

내가 종교에 대해 타임을 선언한 이후에야 봉은사 부처님 상이 보였다.

그 관점의 변화는 얼마나 사람들이, 아니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나의 생활 중 주일이 자유로웠지만 마음 까지도 자유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신곡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나의 뿌리요 근원은 우주에, 창조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봉은사는 세 번째 방문 초파일에는 처음 가는 봉은사였다. 아니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초파일 즈음에 가는 절이었다.

둘러보니 별 것은 없지만 등이 무척 많이 달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아직도 등이 달려야 할 곳에 빈 구멍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마음에 감응이 일어나지 않은 채 나오는데 어느 아이가 하는 소리가 들렸다.

“ OH. my Jesus, OH. my Jesus, OH. my Jesus, ” 하하하.

 

어느 꼬마가 엄마 손을 붙잡고 절 안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닌가?

아마도 기독교 신자인가보다. 엄마를 따라 절에 왔는데 그 아이는 계속 OH. my Jesus를 외쳐 대고 민망한 엄마는 그 녀석의 손을 다짜고짜 붙들고 조용히 하라고 이른다.

이것은 또 무슨 Sign 일까? 아니 난 아직 나의 종교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우연히 시작된 믿음체계의 혼란. 그리고 끝나지 않은 방황의 여정. 다만 이번 주를 통해 얻는 것이 있다면 다시 창조주에게 돌아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또다른 깨달음이었다.

IP *.107.14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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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5.28 13:08:39 *.85.249.182

올리브님! 항상 새로운 양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테마로 글을 올려서

나를 놀라게 하는 것 아세요?

매번 글이 신선합니다. 신선한 초록색 올리브를 떠올리는군요.

전 여고 때 성당을 열심히 다녔어요.

 세레명(미카엘라)까지 정해놓았는데, 세례는 못받았어요.

저는 이슬람사원을 참 좋아해요.

건축양식도 멋있지만, 안에 들어가면 텅빈 충만을 느낄 수 있더군요.

올리브님 일년후 좋은 책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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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5:55:18 *.107.146.173

우왕..정말요? 이슬람 사원을 언니랑 담에 한번 가봐야 겠당.

텅빈 충만함 멋진 말이네요 언니답게

감사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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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5:36:22 *.39.134.221

그렇군요...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신곡은 참 어려웠어요. 마음에서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많이 이게한 책이지요.

두번읽기도 할려고 작정을 해 놓았는데 일단 연옥편을 읽어보고

생각해볼일....과제는 과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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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5:56:11 *.107.146.173

ㅋㅋ ㄱ랬구나 행님...

한번 여기 저기 일단 다녀보시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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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8 18:13:03 *.194.37.13

저도 윤정누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이번에 이슬람사원을 돌아다니면서

텅빈 충만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면 울리는 기도의 소리, 기도가 일상인 그들의 삶을 보면서

저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기도를 할 수 있는 알람을 정해 놓아야

겠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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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1:04:56 *.107.146.138

기도 알람 좋은 걸?

난 승욱의 터키 사고기행문이 기대만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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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1:00:19 *.36.72.193

언니의 경험과, 생각이 잘 녹아있는 글이어요. ^^

술술 잘 읽혀서 좋았습니다.

 

타임아웃!

난 고3 때 한번 써먹어서. ㅎㅎ 다른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언니의 순례길과 그 여정 나중에 들려주세요.

궁금하고, 듣고싶어요.

 

아들과 좋은 시간보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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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1:06:04 *.107.146.138

그럴께 세린

어제 재밌었겠당...

나도무지가고팠는뎅..

오프때 보자고구요

순례길과 여정은 잘 정리해볼께 세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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