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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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수민아!
어제 미루나무 가지에 걸린 연 때문에 끝내 울어버린 내 딸 수민아!
벌써 4년째 어린이날마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찾아 연을 날렸구나. 아빠는 아빠의 딸들이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기뻤단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저 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저 높은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 들지. 마치 동화책의 주인공처럼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그 상쾌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연날리기를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단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특별한 날이었지. 수민이가 처음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연을 날렸고, 아빠의 방패연보다 수민이의 가오리연이 더 빨리 더 높이 날아오른 날이었구나! 수민이 손에 잡은 가느다란 실 한 줄에 매달린 가오리연이 길다란 꼬리를 펄럭이며 이렇게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를 줄 아빠도 몰랐단다. 정말 장관이었지!
그러나 수민이의 가오리연이 끝내 중심을 잃고 떨어져 공원 담장 너머 미루나무 가지에 걸리고 말았을 때, 수민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지. 하늘 높이 날아오른 수민이의 연을 수민이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엄마가 도착했을 땐 나뭇가지에 걸린 연 밖에 보여줄 것이 없었구나!
괜찮단다, 수민아. 미루나무 나뭇가지에 걸린 가오리연을 두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오리연은 벌써 미루나무와 친구가 되었단다. 수민아, 눈을 감고 조용히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렴. 수민이의 가오리연은 벌써 미루나무와 친구가 되어 흘러가는 바람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무에게 저 높은 하늘에서 본 세상을 이야기 해주고 있단다. 나무들도 사람들도 모두 손톱만해 보이는 저 하늘 높은 곳의 이야기를 가오리연이 미루나무에게 속삭여 주고 있구나! 가오리연의 이야기를 들은 미루나무는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자라려고 가지를 더욱 힘껏 더욱 힘껏 뻗어보려 하는구나!
수민아!
우리 또 연을 날려보자. 나뭇가지에 연이 걸릴 수도 있고 실이 끊어져 연이 바람을 타고 저 멀리 가버릴 수 도 있지. 그러나 수민이와 아빠는 또 연을 날릴 거야. 왜냐하면 연을 날릴수록 우리는 하늘과 바람과 친해질 수 있거든. 하늘과 바람을 친구로 사귀는 일! 정말 멋진 경험이지 않니? 그 동안 아빠도 수민이도 눈 높이 세상만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 왔지만, 어제처럼 연을 날릴 때는 하늘도 우리 친구가 되고 바람도 우리 친구가 되는 멋진 경험을 하니 얼마나 좋으니! 가느다란 실을 타고 저 높은 하늘에 부는 바람도 느껴보고, 또 연을 쳐다보며 하늘이 이렇게 높고 푸르렀음을 한껏 느껴보자꾸나!
아빠도 너무나 오랜만에 하늘 친구와 바람 친구를 다시 만나서 기뻤단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번 주말에도 우리 또 연을 날려보자. 수민이와 함께 연을 날리면서 아빠도 아주 오랫동안 연락 못했던 저 하늘 친구와 바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구나. 아빠 혼자 연을 날릴 때보다 수민이와 함께 연을 날리니 하늘 친구와 바람 친구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것 같구나!
(2013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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