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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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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5일 11시 28분 등록
 작년 1월에 글쓰기강좌를 시작해서 홀수 달마다 강좌를 했다. 그동안 6기가 배출되었고, 입문과정을 거친 사람의 절반 정도가 남아 심화과정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글쓰기카페를 들여다보다가 여행길에 접속이 뜸했던 적이 있는데, 일주일 이상 간격을 두고 접속해보니 카페의 열기에 뒤로 나자빠질 지경이었다. 보리차가 다 끓었나 무심히 주전자 뚜껑을 열었을 때, 얼굴에 화기가 확 끼얹어진 것처럼 그 느낌은 생생했다.  저마다 자기다움을 찾아 부심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오래 산 내 눈에는 각자의 장점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기 바쁜 모습들이 싱그러웠다. 어떤 사람이 먼저 나아간 한 걸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보내는 선망의 시선은 고스란히 내 발길을 재촉하는 회초리가 되어, 이렇게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나란히 걷다보면 모두가 ‘참 자기’라는 이름으로 우뚝 서는 날도 멀지 않을 것 같았다. 우연히 글쓰기강좌에서 만난 사람들이 빚어내는 생명력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강좌를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작지만 단단한 씨앗을 지닌 커뮤니티가 조성된 것이다.


내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그 후속모임의 성격에 대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것은 아니다. 좋은 커뮤니티의 전형으로 여기고 있는 변경연과 하자센터, 수유너머가 합쳐진 막연한 지향점이 있을 뿐이다. 구선생님께서는 초기에 연구소를 ‘창조적 부적응자들의 간이주막’이라 칭했다. 물질중심, 거대조직, 성공지향의 주류에서 살짝 비껴 서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여정에 잠시 목을 축이고 쉬어가는 곳이면 족한듯했다. 요즘 그것이 ‘1인기업가들의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 짚신다발을 메고 없는 길을 찾아 고심하던 사람들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는 틈새를 찾은듯하여 감개무량하다. 100명의 1인기업가가 컨텐츠를 공유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고객이 되어주는 항공모함은 생각만해도 감격스럽다. 나역시 그 항공모함에서 연료를 공급받고, 때로 편대를 구성하는 1인기업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연대 조한혜정교수가 이끄는 하자센터역시 10년 동안 많이 컸다. 이곳은 원래 고등학교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철학적 이탈자를 위한 도시대안학교였다.  하자센터에서 다양하고 혁신적인 문화예술코스를 공급받으며 성장한 학생들은 사회적 기업에 주목했다. 사회적기업은 일과 놀이와 밥과 개혁을 일치시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맞춤했다. 이제 하자센터는 사회적기업의 인큐베이터로 진화하여, 노리단, 트래블러즈맵 같은 진취적인 사회적기업을 배출하였다. 초기 목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성장과 함께 계속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부러운 네이밍 ‘하자’만큼이나 보기 좋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지식인들의 밥상공동체 수유너머! 공동체를 해 보니 외모도 학벌도 소용없고 그 사람이 갖고 태어난 근기根氣만이 중요하더라는 고미숙샘의 말이 기억난다. 수유너머에서는 모두 동등한데 오직 하나 유머 능력을 가지고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책써서 먹고 살기를 지향한다. 날마다 집을 껴안고 살 것도 아닌데 집 마련하고 꾸미는데 목숨거냐는 그녀의 도발은 코뮌실험으로 철학이 되고 대안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을 모조리 공부와 저술에 쏟는다. 이만한 전념이 없고서야 무슨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제대로 경제활동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남아있는 아집 때문에 전격적인 합류는 못하지만 수유너머는 내게 하나의 별이다.


이 정도의 지향성만 갖고 있던 차에 어제 한 수강생의 미래풍광을 읽는데 생각 하나가 터져나왔다. 미술작업을 하는 그녀, 지금님은 이미지를 다루는데 능해서인지 미래를 떠올리며 감각이 활짝 열리는 절정체험을 한듯했다. 그녀는 새로운 땅에 첫 발을 내딛은 듯 마냥 신나했다. 


“나의 미래풍광...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예감과 꿈, 잊고 있었던 이야기 한토막...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미래의 장면까지 떠오르는데... 강력한 힘이 있네요. 글쓰기의 힘을 경험합니다. 미래가 펼쳐집니다. 영화처럼.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쨘~~ 짜잔~^^ ”



자신의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면 최고의 기량이 나온다. 애쓰지 않아도 입만 열면 노래요, 손만 뻗치면 글이다. 우리 카페에서도 100일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그녀는 날마다 새벽 4시에 새 날의 문을 열었다. 그녀가 19일차 문을 열며 부른 노래에는 ‘헌화가’ 못지않은 열정이 담겨 있다.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없어 못 열겠네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열쇠없으면 암호로 열어라

19!


직관적인 사람이 직관을 활용하는 기분은 ‘미래로 가는 열쇠를 손에 넣은 기분’이란다. 그녀는 자신의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미래풍광까지 그려주었는데,  그것이 어찌나 선명하고 적합한지 그녀가 동지들의 손을 잡고 미래로 날아오르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피터팬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밤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그 때  북치고 노래하며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듯한 그녀의 춤사위를 보며,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그림 한 쪽이 떠올랐다. 저마다 최고의 자기가 되어 ‘1인분’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곳이 그것이다. 지금님이 직관을 발휘하듯, 누구는 분석력을 누구는 실행력을, 감수성과 성실함, 사려깊음과 통찰력을 활짝 꽃피우는 것이다. 개체성이 강한 나는 원래 누구를 추종하거나,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것을 제일 경계해 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도 잔머리 굴리는 사람하고 나를 휘두르려 하는 사람이다. 내가 누군가의 규제를 받기 싫어하는 만큼이나 남을 통제할 생각도 없다. 저마다  생긴 대로 살고 스스로의 의지를 따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곳, 아무리 출중한 사람이 있어도 감탄은 할지언정 추종은 없는 곳, 글빨 말빨 그 어느 것으로도 N/1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곳! 정혜신이 ‘진보의 끝은 개별화’라고 한 것처럼 이곳이 바로 꽃밭이요 천국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슬럼프에 시달리는 것도 카페에 생중계할 수 있었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살짝 민망하지만 어쩌랴. 슬럼프 따위에 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허심탄회하게 드러낼 수 있기도 하다.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더 나이들어 감성이 사막처럼 메마른다 해도 나는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막에 와 보니 이렇게 팍팍하더라, 그러니 그대들 너무 뜸들이지 말고 물 들어올 때 팍팍 노 저어 대양으로 나아가라고.^^


서로에 대한 관심와 호의로 모두가 모두에게 활짝 열려있으면 좋겠다.  서로의 강점을 알아봐주고 아낌없이 찬탄하느라 눈꼬리가 늘 쳐져있으면 좋겠다. 글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첫 번 째 조건은 ‘매혹’일테니, 오직 매력을 가꾸는 노력만으로 차별대우 받는 뷰티샵이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 나날이 부자가 되는 성공팀이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있어도 편안한 인정과 수용의 장이었으면 좋겠다. 만물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찬란한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나부터 거듭난다. 글통삶! 성장과 관계의 혁명 프로젝트! 이제 시작이다.



3월 11일에 7기 강좌가 시작됩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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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1:47:32 *.93.45.60
글통삶의 '백화만방'을 기대합니다.
그림그리는 사람들은 꽃을 그려서 선비들의 인품을 본받았다고 합니다. 매화나 난 뿐만 아니라 모란이나 던가 그런 것들이 한시절에 같이 피는 게 아닌 대도 한 화폭에 담은 그림들은 그꽃과 같은 선비들이라고 하더군요.
꽃향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선비의 인품또한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선조들은 꽃을 그려서 그것을 나타냈다고 하네요. 서재에 걸린 백화만방은 그런 의미라고 동양화 설명해주는 것에서 봤어요.
저도 꽃그림으로  덧글 달아야 하는데 마침 그려둔 게 없네요. 조만간 그림으로 뵙지요. 글통삶에 백화 향기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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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3.07 22:42:28 *.254.8.100
와우! 정화씨의 댓글에서도 공명과 풍류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데요!

공연히 마음만 바빠서 동동거리는 중에도
이미지가 내게로 살살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요.
이다음에 디자인, 삽화, 사진이 아름다운 책을 쓰는 꿈을 갖고 있는데
그 언제쯤에 정화씨와 같이 작업을 해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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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08:56:09 *.61.23.218
선생님!
글통삶 강좌 7기 열기 전에 이런 마음 가짐이셨군요^^
근데 7기 수강생이 넘 적어서 좀 실망하셨을 수도..
남은 3명과 아드님까지(?) 성실하게 우리들만의 감수성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열정을 불사르도록 할게요.

근데, 제목만 보고 선생님이 만화방을 좋아하시나? 라는 생각으로 들어왔더니 전혀 다른 내용이네요.
저는 만화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거의 못 봤네요. 그거 아니라도 볼 책들이 너무 많아서.
볼 책들이 많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네요. 꿀단지를 뒷방에 놓아 두고 야금야금 떠다 먹는 기분이랄까요.
다만, 이 꿀 단지 어서 빨리 먹고 다른 꿀단지 가져와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만 버리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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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3.20 10:08:41 *.251.224.166
하하, 
만화방창 [萬化方暢]   [명사]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하는 노래 가사에도 나오고 해서 그냥 썼는데
역쉬~~  신세대라 '만화방 창업' 쯤으로 읽었나 보네요.^^

이제껏 6기까지 평균 7, 8명이었는데 이번에 전멸이네요.
많든 적든 꾸준히 할 꺼니까 별 신경은 안 써요.

좋은 현상이네요. 희수님의 자가진단력도 좋구요.
그럼요,
책만 읽기에도 짧은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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