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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 00시 09분 등록

  노리단에 처음 영감을 준 단체는 벤포스타이다. 우리나라에는 에버하르트 뫼비우스라는 독일인이 1972년에 한 달 동안 벤포스타를 다녀와서 쓴 여행기로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2000, 보리)>라는 책자가 소개되어 있다. 노리단 사람들도 이 책자를 통해 자신들의 공동체의 가능성과 그에대한 불씨를 당길수 있었다.

 

  1956년 실바 신부와 열다섯 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에스파냐 갈리시아 지방 오렌세에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이곳은 인종과 종교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평등하교 자유롭게 살아가는 교육 공동체이다. 프랑코의 독재가 맹렬할 때에도 이곳에서만은 자유와 민주의 원리가 지켜진다 하여 이웃 사람들이 ‘어린이 공화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나라의 공식 명칭은 '벤포스타 나시온 데 무차초시'이다. 우리 말로 하면 '벤포스타 어린이 나라'라는 뜻이다. 벤포스타란 말은 나라가 세워지기 전에 있었던 포도농장의 별명으로 '위치가 좋다'는 의미다. 이같은 탄생에는 설립자인 실바 신부가 아홉 살 때 ‘소년들의 마을’이라는 미국영화 한 편을 본 게 벤포스타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1957년 이 곳 아이들이 에스파냐 청소년 하키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1964년 서커스 학교를 만들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었다. 여기엔 에스파냐의 유명한 서커스 집안 출신인 실바 신부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벤포스타에는 초기엔 남자아이들만 있다가 1973년 이후 여자아이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네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곳의 주민이 될 수 있다. 벤포스타는 물론 UN이 인정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다섯 개로 나뉜 행정구역마다 시장이 있으며 대통령을 비롯하여 교육, 주민문제, 공공질서, 보건위생 등의 분야를 맡은 장관이 있다.

  주유소 운영이나 서커스 공연은 벤포스타 재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서커스 공연은 스페인 뿐 아니라 외국에 나가서도 공연을 하였다. 아이들은 공동체 일을 하거나 학교 수업을 받은 뒤 벤포스타 화폐인 '코로나'로 임금을 받았다. 학교 수업도 공동체의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 돈으로 공동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필요한 물건을 산다.

  또한 이들은 신청자에 한하여 1년 동안 '큰 모험'이라는 특별한 수련을 쌓았다. 병원에서 한 달, 고기잡이 배에서 한 달, 교도소에서 소년수로 한 달, 빈민간의 청소년을 돌보며 한 달, 구걸하며 한달을 보내고 남는 기간은 부두에서 배 청소부나 공사판 잡역부로 보내었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기간이기도 한것이었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의 책에는 벤포스타와 '어린이 나라' 모든 지부의 모든 주민에게 효력을 갖는 무차초스의 열한가지 법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1. 시민은 나날의 삶에서 하느님을 찾는다.

2. 시민은 시민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고 자신의 도시를 언제나 존중한다.

3. 시민은 자기의 권리와 명예로 인격을 다진다.

4. 시민은 자유로움을 배웠기 때문에 밝고 명랑하다.

5. 시민은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강하다.

6. 시민은 말과 행동이 정직하다.

7. 시민은 언제나 희생과 이웃 사랑의 정신으로 생활한다.

8. 시민은 자신의 대표자들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대표자들을 따른다.

9. 시민은 이웃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도록 노력한다.

10. 시민은 같은 시민을 형제처럼 사랑한다.

11. 시민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다.

 

  이같은 벤포스타는 다른 나라에도 전파돼 콜롬비아 보고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볼리비아 코차밤바에 만들어졌으며, 일본 도쿄, 콜롬비아 라구아히라, 니카라구아와 모잠비크에 대사관이 세워져 있었다. 2003년엔 벤포스타의 설립자 실바 신부와 한 청년이 대한민국 하자 센타에 와서 강연도 하였다.

  노리단에 영감을준 벤포스타에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EBS Knowledge Channel e 093  "웰컴 투 벤포스타" 영상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벤포스타의 어린이 공동체가 교육의 궁극적인 모델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교육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라면

   벤포스타는 적어도 그 목적을 아주 명료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단체의 상징성을 잘표현한 말이지만 벤포스타는 여러 사정에 의해 2005년에 문을 닫게 되었다. 어쩌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고만 것일지 모르지만 지난주 노리단을 창조적 소수그룹의 사례모델로 소개할 때 ing로 기재한 것처럼, 벤포스타는 노리단이라는 공동체가 꿈꿔나갈 하나의 이정표로써의 역할을 한것만은 사실이다.

 

  '모든 것이 꿈처럼 시작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꿈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꿈을 꾸지도 않고 꿈을 꿀 줄도 모르는 것 같다. 그리하여 꿈을 꾸는 사람이 젊은이들을 불러 그이들에게 집과 마음을 열었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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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
2009.12.30 12:36:46 *.67.223.154
노리다니..
"노리단"..난 승호가 만든 이름인 줄 알았어.
승호답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바람속에 좀 돌아다녔더니 하도 피곤해서...오늘은 늦잠을 잤어.   많이많이....
그리고는 변경연 홈피 들어와 여기저기 집집마다 다 가보고 댓글 남겨놓고... 한바퀴 다 돌았어....ㅋㅋ.
승호도 보나에게 꼬집히지 말고 때와 장소를 살펴보며...밀린 잠을 잘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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