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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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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9일 20시 23분 등록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길 없네

그대여 힘이 되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작고한 천재가수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노래를 꽤 잘 부르던 후배 한 녀석이 있었다. 그가 한참 이 노래를 흥얼거릴 즈음 그도 불타는 갑판에 서 있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하여 일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도 폭주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밤늦도록 일에 시달렸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고스란히 부담이 그에게 밀려왔다. 그는 한 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나이답지 않게 아토피에 심하게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 한잔을 뜨겁게 했다.

얼큰해진 기분에 취해 그의 이 노래를 들었다.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을 듣는 순간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그 노래는 그 누구를 위한 노래가 아니었다. 바로 그 녀석 자신의 노래였다. 그리고 어쩌면 나를 향해 목놓아 부르는 노래였다. 정말 나는 그 길을 터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리 없이 흐느끼는 것이었다. 한 동안 나는 그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때의 잔상이 그림자처럼, 업보처럼 나를 쫓아다녔다.


*****

첫 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서문을 써보았다. 위의 글은 그 서문의 일부분이다. 어제 1기 연구원 마지막 모임에서 이 서문을 읽었다.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는지 간신히 참으며 읽었다. 찬찬히 내가 왜 책을 써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얄팍한 나의 지식과 경험을 보기 좋게 포장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우연과 행운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이 책의 최대 수혜자는 내가 되어야 한다. 책을 쓰면서 나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이 빛이 난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똑 같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이렇게 해결해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당당히 그 샘플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수반되어야 내가 IT업계에서 열악한 근무환경과 비전 없음에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회사 일 다음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힘차게 매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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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사랑
2006.02.20 10:33:58 *.118.67.206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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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6.02.20 11:50:24 *.210.111.168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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