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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4일 10시 41분 등록

내가 좋아하는 신화이야기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주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불씨를 받은 인간들에게도 조치가 필요했다. 이에 그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치명적 비밀병기판도라였다. 판도라(Pandora)는 제우스가 신들을 총동원해 만든 인류 최초여자로서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토스가 훍에다 물을 섞어 여신과 닮게 빚은 형상에 목소리와 힘을 불어 넣고, 아테나는 그 피조물에 직접 만든 옷과 허리띠를 둘러주고 면사포를 씌워 주었다고 한다. 여기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매력을 더해 주었고, 헤르메스는 기만과 속임수, 아첨과 꾀와 같은 교활한 심성을 심어 주었다. 그 밖에 다른 신들 역시 각각의 특성을 부여함으로서 제우스의 의도대로 첫 번째 여신이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또는 지닌 (All-gifted 또는 all-giving)이라는 뜻이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판도라에게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상자 하나를 들려서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에피메테우스는 거부할 수 없는 판도라의 매력에 즉시 빠져들었고, 제우스가 보낸 선물은 어떤 것도 받지 말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당부도 잊은 채 그녀를 아내로 맞아 들였다. 어느 날 무료했던 판도라는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제우스가 주었던 상자가 생각이 났다. 함께 가져온 상자를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제우스의 경고가 떠올랐으나 호기심이 두려움을 앞서 급기야 상자를 열어 보고야 말았다. 그 순간 상자 속에서는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이 쏟아져 나왔는데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아 희망만은 남았다이후 인간은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고통을 겪게 되었으나 희망은 간직하게 되었다상자에 남은 희망은 '어떤 불행한 일을 겪어도 희망만은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비관적인 관점에서는 '불행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바라는 헛된 희망'이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제우스가 준 상자에는 불행이 아닌 선의의 축복들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판도라가 호기심을 못 참고 상자를 열어 희망을 제외한 축복들이 빠져나가 버렸다는 약간 다른 형태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판도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3가지 이유

내가 이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판도라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왜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보게 되었을까? 판도라는 과연 제우스가 인간에게 보내온 선물인가? 판도라 상자 안에 있었던 것은 좋은 것들이었을까? 아니면 재앙이었을까?

 

1)     내가 이 신화를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판도라의 호기심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상자를 열어보면 안 된다고 했을까?에 의문을 갖고 그 상자를 열어볼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기독교에서 선악과를 따먹게 되면서 인간이 신에게 버림받게 됨과 동시에 인간은 시키는 것만 그냥 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자유 의지를 가진 능동적인 입장으로 변하게 되는 것과 같은 즉, 판도라는 신의 경고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 스스로의 자유의지능동성을 표현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2)     내가 이 신화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선물인 판도라는 우리를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판도라는 그 이름 그대로 모든 선물을 받은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태어날 때 우리 안에 모든 선물 즉, 우리 각자의 고유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우리는 우리 안에 무궁무진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능을 제대로 잘 간직하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보는 바람에 소중한 것들이 다 날아가버리듯, 아니면 아직 상자를 열어보지 못하여 나쁜 것들도 다 마음 속에 가두어두고 살 듯 아직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각자는 모든 선물을 받은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3)     마지막으로 내가 이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록 과정은 비극적(?)이지만 그 결론은 희망적이라는 사실이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보면서 자유의지를 얻었지만, 그 반면 소중한 것들을 날려버리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상자를 닫게 되는 순간 그 안에는 어떠한 불행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라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것은 좋은 상황에서는 필요 없다. 하지만, 스스로 자유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결코 평탄하고 순조로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포장도로가 될 수도 때로는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에 잘 닦여진 길이, 저 구름 너머엔 아름다운 무지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그런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는 판도라 덕분에 우리 안에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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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화: 팔찌의 비밀

 

태어나자 마자 내 손목에는 팔찌가 하나 채워졌다. 그 팔찌의 용도나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내게는 그 팔찌를 비밀을 풀어야 하는 소명이 주어진 셈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 졸업 이후에도 한참 동안 난 한번도 그 팔찌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도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남들도 옷 속에 감추어두긴 하였으나 누구나 다 그 팔찌를 차고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 팔찌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내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불문율로 여겼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조금씩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팔찌를 차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어떤 사람의 팔찌는 굉장히 반짝였지만 그 사람의 팔목에는 왠지 무겁게 느껴졌고, 어떤 사람의 팔찌는 아무것도 없이 밴드만 있었고, 그 밴드 마저 너덜너덜 했으며, 어떤 사람의 팔찌는 무색의 투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팔찌는 튼튼한 가죽밴드에 다양한 아름다운 참(charm)들이 달리 그런 모양이었다. 내 팔찌에 달려있는 4개의 참은 각각 독특하고 예쁜 빛깔과 모양을 갖추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 “네 팔목에서 빛나는 그것이 무엇이니? 나는 한 개도 없는데 넌 4개나 갖고 있구나네 것 중 하나를 나에게 나누어 줄 수 있겠니? 나는 그래, 4개나 있는데 1개 정도 나누어주면 어떠랴…’라는 생각과 함께 게다가 그는 내가 사회에 나와 만난 첫 친구이자 내가 매우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흔쾌히 나의 참 한 개 중 핑크 빛의 참을 빼주었다.

이후 내게는 3개의 참만 남게 되었고, 3개의 참만 갖고 살아가려니 왠지 팔목이 허전했다. 그래서 그것과 동일한 참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발품을 팔았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동일한 것을 구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괜히 돈과 시간만 날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나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한 동안 그 참을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제일 존경하던 선배가 찾아와 내게 자신에 갖고 있는 참과 내 것을 바꾸어 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바꿔만 껴보는 것인데 어떠랴 하는 생각에 그 선배에게 원하는 참을 고르도록 했다. 그녀는 내 팔찌에 있던 참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초록색 참을 뺐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가 초록색 참을 빼는 순간 다른 참들도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며칠만 빌렸다가 곧 다시 돌려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수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나의 다른 참들은 조금씩 조금씩 빛을 잃고 색이 바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난 선배가 가져간 그 초록색 참은 내 팔찌에 있어 마치 내 몸에서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해주는 심장과 같은 그런 핵심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참을 잃은 이후, 나는 선배가 그 참을 돌려주기를 바라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 참은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참과 같은 참을 찾아 아니, 나의 신뢰를 저버린 그 선배를 찾아 미친 듯이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른다. 내가 잃어버린 참들만을 생각하면 그 방황을 그칠 수가 없었다. 그 방황 속에서 나는 한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는 나에게 네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고 왜 그것을 찾아 헤매는 게냐?” 라는 선문답 같은 질문 마디만 툭 던지셨다. 그 순간 갑자기 작열하는 태양아래 얼음장 같이 차가운 냉수 한 양동이를 머리에 끼얹는 듯한 각성이 일었다. 결국 그 참들을 잃은 사람도, 빼앗긴 사람도 나였다는 사실이다. 발이 부러지고, 무릎이 깨어지고, 몸은 성한 곳이 하나 없이 엉망인데, 신기한 것은 고통 속에서 점점 머리는 맑아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내 방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서 “PANDORA”라고 쓰여있는 작은 상자가 놓여있고 그 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그러나 결코 꼭 같지만은 않은 팔찌가 놓여있다. 과연 그간의 시간들이 모두 꿈이었을까? 난 내 머리 맡의 팔찌 그리고 그 팔찌에 달려있는 4가지 참들을 바라본다. 난 이 참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남은 인생 여정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난, 이제 안다. 어떠한 상황이 온다 해도 비록 내가 이 팔찌에 달려있는 참들과 또 이 팔찌를 통째로 잃어버리게 된다 해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내 팔에는 판도라가 선물해 준 투명한 팔찌가 항상 존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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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15:17:15 *.50.65.2

진희가 소중히 여기던 것들을 차라리 팔찌에서 빼버리게나

어쩌면 진희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희 그대를 가두고 있는줄 모른다네.



박~~~박수를 자기 자신에게 많이 보내는 시간을 갖기를.
진~~~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가는 거라네.
희~~~희열은 그러한 순간에 느끼는 거라네...

하나씩 손에서 놓는 연습을 하는 바램이야.
가족도 진희가 존재해야 있다는 것을.
 네가지 참을 놓는다면,

그대를 뜨겁게 달궈줄 연인이 나타날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나의 사랑하는 애로스가 하는 말임을. 

내가 애로스한테 금촉 화살을 진희에게 날리라고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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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17:56:30 *.91.142.58

미경언니~삼행시를 통한 언니의 가르침 맘에 깊이 새기겠나이당!

그러니, 빨리 에로스에게 명하소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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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20:03:14 *.18.255.253

cham이 너무 많아도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네.

진희는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네. 언제 선배의 얘기를 듣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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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8:05:28 *.91.142.58

몽골가서 기~나긴 이야기 보따리 함 풀어보기로 하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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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4 22:09:10 *.62.175.7
팔목의 투명팔찌는 결국 '받아들임'을 상징하는군요. 게다가 '투명'하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없겠네요. '받아들임'이 아리아드네를 별이 되게 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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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8:06:46 *.91.142.58

형선아...

네가 들려준 아리아드네의 해석 완~죤 감동!

 

그래... 아리아드네가 ☆이 되는 그날까지 함 달려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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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3:30:08 *.58.97.22

내가 꼭 너에게

나만이 가지고 있는 참 하나를 

줄것이니!

 

진희야...

너의 고민의 나날들과 또 변화의 나날들을

함께 나누고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는 것이 참 행복하다.

물론 나의 고민의 나날과 변화의 나날도

너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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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8:05:00 *.91.142.58

언니...

제 곁에 언니들이 있어서 든든해요.

저의 고민과 희망 함께 나누면서 저의 성장을 응원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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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4:00:42 *.94.41.89

저도 팔찌 좋아하는데 cham 하나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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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18:07:40 *.91.142.58

준영이에게는 어떤 참(Charm)이 어울릴까나...

 

머, 원하는 거 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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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8 11:23:53 *.152.83.4

charm이라...

나에게도 있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네요^^

 

아쉬움속에 3번 패밀리의 응원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자주 들어와볼께요.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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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22:43:41 *.222.10.111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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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05:54:51 *.35.252.86

땡큐~오라버니!

 

넘넘 먼길 왕림해주시느라 욕보셨습니다.

야~~ 이거 넘한거아냐.

같은 단군 동기가 일케 고생하구 있구만

애정어린 관심 보여줘야 하는거 아니냐구 ㅎㅎ

여튼 이렇게 납시어 댓글 남겨주셔서 넘넘 감사해용~~자주 자주 들러주시구 종종 빨간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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