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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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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5일 08시 27분 등록
한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결혼한지 5년쯤 되었는데, 남자는 근래 들어 계속 지방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3일 이상 집에서 머무른 적이 없을 정도로 지방 출장이 잦았다. 지방 출장이 잦은 만큼 아내가 남편에게 받는 사랑도 줄어들어 갔다. 그녀는 남편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말들과 행동들을 기대했지만 남편은 철저하게 무관심한 듯 행동했다. 매일 매일을 한숨 속에서 보내던 아내.
그러던 어느날 싱글인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친구는 현재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만족스럽고 행복한지 우울한 그 아내에게 자랑했다. 원하는 남자를 만나고 즐기고 또 지겨워지면 끝내버리면 되는 그런 삶이 그녀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우울한 아내도 친구에게 그녀의 현실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충고했다. 너무 바보 같다고. 너도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며 살라고. 현재 네가 그렇게 참고 기다리면서 얻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인생 한번뿐이라고..
친구는 떠나고, 곰곰이 생각하던 우울한 아내는 문득 이전 첫사랑의 남자가 생각났다.
그에게 연락을 했고 그 또한 마침 요즘 네가 생각이 났다며 한번 보자고 했다.
그 아내는 그렇게 해서 예전의 첫사랑을 충동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술을 먹게 된 그들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아뿔싸!
모텔에서 나오게 된 아침, 그 아내를 남편의 친구가 목격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친구는 당장 그녀의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뒤 그녀는 단 한번의 충동적인 실수인 외도로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게 되었다.

자, 여기서 문제.
누가, 어떤 순으로 잘못을 했는지 논리적으로 4명을 꼽아볼 수 있겠는가?

이 문제는 기업 교육 커리큘럼의 한 분야에서 내는 문제라고 하는데, 여기 재미있는 답변들이 있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남편에게 고자질한 친구” 가 잘못했다고 의외의 대답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대기업 간부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교적 젊은 20,30대들은 “남편”을 꼽는다는데 그들이 추측하는 이유도 독특하다. 남편이 아내의 싱글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 이혼을 위해 계략을 세운 것이고 그녀는 거기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아내를 외롭게 하고, 그와 바람이 난 아내의 친구에게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맡겼으며, 아내의 예전 첫사랑의 그에게는 자신의 아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달라고 부탁했다는 추측이다.

얼마 전 이 이야기를 회사 점심시간에 듣고 50대 남자들의 대답이 참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그렇게 대답한 그들의 대부분은 소위 잘 배우고 잘나가는 대기업의 간부들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마 평소 나는 50대의 중년인 그들에게 보수적이며 도덕적인 관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나 보다.
하지만 알랜 치네가 쓴 “두번째 인생으로의 여행” 에서 중년이 가지는 자세에서 솔로몬의 충고라는 부분을 읽으며 그렇게 대답한 50대의 그들이 솔로몬 왕이 충고 부분을 현실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둘의 상황 (외롭게 하는 남편을 원망하던 그녀의 충동적 실수)을 정확히 모르는 시점에서 괜한 참견으로 둘을 비극으로 몰고 가는 것보다는 그냥 두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아니겠는가. 만약 아내의 외도가 습관적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꼬리가 길면 잡히듯 잡히고 말겠지라는 앞을 미리 읽어내는 지혜가 아닐런지.

<솔로몬의 충고>라는 이야기 속에서 솔로몬 왕은 한 상인에게 세가지 충고를 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지 마시오>였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상인이 집으로 돌아 가던 중 한 오두막에서 하룻밤 지내게 되는데 그 오두막 집의 주인 남자는 섬뜩한 이였다. 바람난 아내의 눈을 결국 멀게 하고 그런 아내에게 식사를 줄 때는 그가 죽인 아내 정부의 해골에 담아 내주는 사람이었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그 끔찍한 장면을 보고도 솔로몬의 충고에 따라 이유가 있겠지요.라며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보류한다. 그렇게 한 발치 물러난 대답으로 생명을 건진 그.
즉 알랜 치넨이 ‘악에 대한 관용은 중년의 미덕이다(214P)’ 라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중년의 그는 솔로몬의 충고를 새기며 도덕적 상대주의의 입장을 보인다.

알랜 치네는 젊은 시절의 우리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흑백적 사고방식의 단호한 견해를 갖는다면 중년의 그들은 자신의 도덕적 판단이 틀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윤리적 원칙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이야기 한다. 위의 질문에 대한 50대의 답변이 바로 중년의 도덕적 판단 보류 특성들과 오버랩 되는 현실의 지점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꼬리를 물어 “만약 친구 신랑의 혼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친구에게 꼭 알려 그녀 남편의 옳지 못한 행실에 대해 낱낱이 알려주겠다라는 답변을 했다. 알랜 치네의 이야기로 치면 젊은이의 특성인 흑과 백이라는 도덕적 판단 및 정의를 반영한 답변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현재 위치는 아직 인생을 덜 산 젊은이라는 소리인가?

이 이야기에 대한 답변으로 나의 위치를 추측해 볼 수도 있겠다. 마치 심리테스트처럼 말이다.
여러분의 답변은 어떤가요?
IP *.34.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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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5.05 14:02:19 *.52.236.185
남편: 소홀
아내 친구: 부추킴
아내: 간음
남편 친구: 고자질

그리고

회사 사장: 원인 제공 (1순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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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5.05 20:34:11 *.5.98.140
1. 아내 : 불만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부부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나쁜 친구의 부추김에 따라 감상적, 즉흥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장본인의 책임이 젤 크다.

2. 남편 : 아무리 직장일이 바쁘고 출장이 잦 더라도, 아내가 그런 상황이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건 너무 무관심 했다. 5년쯤 살았으면 느낌으로라도 알 수 있는게 부부사이다.

3. 남편 친구 : 그게 무슨 고자질 할 일인가? 부부간 문제에 끼여드는 건 글쎄...

4. 아내 친구 :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 잘잘못을 따질 가치도 없다.

글구 남편이 아내의 싱글 친구와 바람이 났는데 이혼을 위해 계략을 세운 것...이란 의견의 20, 30대는 TV 연속극 보기를 좀 줄여야 할 듯.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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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5.07 07:35:00 *.244.220.254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근데 난 30대인데 답을 '남편친구'라고 했는데, 큰일났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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