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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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모든 것을 넘어서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상식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에게 있어 옳고 그른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을 나누는 기준은 상식이었고 나는 그것을 모든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하였다. 나에게 이해 못 할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그게 맞는 거야? 틀린 거야?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하긴 한 거야? 가능하다는 대답이 나오면 내가 아는 게 다는 아닐 테니깐 그 사람은 이해가 안 되지만 상황은 가능할 수 있다니 뭐... 라고 생각하며 찜찜한 마음은 남아있지만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어느 날 상식적으로 이해안가는 일 아니야? 라는 나의 질문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그 상식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난 아...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틀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까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기에 내 상식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 눈에 세상은 상식 밖의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순 가득한 곳이었고 결국 현실과 나의 틀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나는 불만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일정한 틀 하나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흘러가야 맞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혼자 분개하며 씩씩거리던 많은 시간들이 보였다. 불만을 마음속에 가득 담아두고 머릿속은 그것들의 옳고 그름을 계속해서 나누는 일을 바쁘게 반복하면서 현재에 머물러 뭔가 다른 곳에,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내 생각에 빠져있던 그 만큼 난 없애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2] 내가 그 상식의 틀을 그렇게 고수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정해 놓은 그 틀 안에 있어야 내가 안전하다고 느껴서 그 틀을 넘어서는 사람을 그렇게 못 견디어 냈던 것은 아닌지, 누군가가 그 틀을 넘어섬으로 인해 나의 이득을 가져가고 내가 가는 길에 피해를 줄까봐 나는 그 틀을 놓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썼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그 틀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안정감을 가지고 싶었다. 난 그 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어떤 불안감도 없이 있고 싶었다. 울타리가 있어야만 난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기에 어쩌면 나는 그 안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나를 방어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상식이라는 울타리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누군가 나의 울타리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려 하면 발끈했던 것이다. 하지만 과연 세상 어느 곳에서나 모든 것을 넘어서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나는 나의 상식에 그럴싸하게라도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보편적으로 통하는 상식이 많다고 느끼는 만큼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한 기대는 커져갔고 그로인한 괴리감도 같이 커져가 이유도 모른 체 그 원인을 다른 이들을 향해 날림으로 사람들과의 벽도 그 만큼 쌓여져 가고 있던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렇듯 나만 옳다고 믿는 나의 틀 안에 갇혀있으니 사람들이 이렇게 바뀌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내가 어떻게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난 이미 상식적인 사람이었으니깐. 그저 내 상식의 범위에서 사람들이 움직여 준다면 세상이 이 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난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었다.
[3] 나의 상식에 맞나 맞지 않나 그것을 재고 있는 그 순간 나는 눈을 조금만 돌리면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작은 행복들을 놓치고 있었다. 내가 변해야 함을, 그것이 먼저 시작되지 않는 한, 난 여전히 작은 일에 분개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고 언젠간 그런 시간 시간들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바꾸기에 앞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결국 내가 직접 내 틀을 깨고 나와 나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만이 세상과 나의 괴리감을 좁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언제까지고 변화해주지 않는 세상을 붙잡고 원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남들에게 아니라고 그건 옳지 않아. 라고 평소에 내가 다른 이들에게 했던 그 말들을 내가 고스란히 받더라도 그것을 받아 낼 용기가 있다면 내가 만든 울타리에서 나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으리라. 그 틀을 버리기가 두렵다면 매일 새로운 나만의 틀을 만들어 내어 매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어 세상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나의 길을 만들어 감으로써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상식에 부합되는, 내 기준의 좋은 것만을 보며 그것에 둘러싸여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나의 욕심일 것 이다. 좋아 보이지 않는 것들 때로는 흉하게까지 느껴지는 것들을 무조건 피하려고, 그것을 내 주위에서 없애버리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다뤄가면서 어울려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방법을 체득해 나가는 것도 나의 한계를 넘어서서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에서 오는 삶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깨뜨리지 않는 한 내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기꺼이 나를 깨드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나는 틀 안에 갇혀있느라 미처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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