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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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Renaissance Woman
with Pilgrim Soul in Italy
바다위에서 춤추는 달빛 by Sasha
(1)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모래성쌓기
달빛을 닮은 여자의 한 여름밤의 꿈
달빛을 닮은 여자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어디에가던 포근하게 달빛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바다같은 남자를 만나기를.
오래도록 그녀의 밤은 길었으나
그녀의 달빛을 비출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달빛을 닮은 여자는 바다같은 남자를 만나
그의 멋진 파도를 따라서 자신도 춤출 수 있음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만나 이룰 수 있는 기적을 매일밤 꿈꿨다.
하지만 찾아오는 밤마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천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스스로 그 빛을 다시 찾지 않고서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이탈리아로의 순례 여정은 시작되었다.
르네상스의 탄생을 품고 있던 이탈리아는
그녀가 가는 길목마다
생명의 바람을
사랑의 달빛을
웃음의 태양을
기다림의 바다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용기를 통한 침묵의 감사함 또한 간직할 수 있도록
도닥여주었다.
결국 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드리운 커텐에 가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해주었다.
그녀의 한 여름밤의 꿈은
그 꿈같은 여정 속에서
스스로 가두어 두었던
소중한 빛을 다시금 찾아주었다.
이제 무엇이 그녀를 만나던 그 빛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다시 태어난
달빛을 닮은 그녀는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밝은 눈이 되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고요한 속삭임이 되며
바다위에서는 그 출렁임을 따라서 멋진 춤이 될 것이다.
사랑의 기다림은
곧 감사함이라는 것을
변화무쌍한 반짝거림을 통해서 세상을 어루만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 여름밤의 달콤한 꿈을 타고
그녀의 삶에 르네상스가 찾아왔다.
어느날 파블로네루다에게 시가 찾아온 것처럼.
이번 이탈리아로의 여정은 내게 오랜기다림이 가져다 준 축복과 같은 선물이였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페달을 움직여서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같은 능동적인 삶의 파도타기였다.
많은 이들에게 늘 부채를 갚아나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던 평상시의 생각에
더 큰 부채를 끌어안고서라도 떠나고 싶었던 그런 여정이였다.
그래서 여행이라는 말도 가볍게 여겨져 순례자로서의 길 Pilgrim Soul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다.
늘상의 삶이 그러해야 하거늘 자신이 드리운 그림자로 그 일상의 길은
신바람나는 기적이 아니라 달빛하나 없는 꿈이 사라져버린 칠흙같은 밤이였기에
이번의 순례의 길을 통해서 다시금 태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거창할지 모르지만
그 길 밖에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길은 없는 것 같아보였다.
그만큼 절박했다고하면 될까.
모든 것은 어짜피 상대적인 것이니까.
나의 절박함의 깊이에 대해 묻는다면 침묵하겠지만
이해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아닌 그 심정은 그저
자전거에 올라타면 페달을 밟아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적어도 나의 밤은 그렇게도 춥고 깊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발자국도 걷지 않았는데
그 순례의 길에서
이탈리아의 그 작렬하는 태양은 내게 밝은 웃음과 용기를 찾게 해주었다.
스스로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되어주었다.
그랬지 난 원래 밝고 명랑한 사람이였지. 이렇게 웃음 소리도 컸던 사람이였지. 불평불만도 적은 사람이였지. 내 안의 눅눅함들이 증발해버리는 것을 따라서 나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나의 마음은 자꾸만 자꾸만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마치 천국에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왜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 작렬하는 지중해의 태양을 따라서 찾아갔는지를 그 원색적인 색채를 찾아서 떠났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의 여정은 내게 사랑과 감사를 그리고 나 자신을 찾아준 소중한 선물이였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던 우울함도 불평도 그 작렬하는 이탈리아의 태양에 증발해 버리고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깊은 고독의 상처도 잊고 현실에 매몰되어가던 꿈의 빛도 다시 찾은 듯 했다.
사는 것이 그렇게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아이였을 때에는 몰랐다.
그것이 그냥 아픔이라고만 생각했지 내 안의 용기를 꺼낼 생각은 못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성장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성장을 거부하는 아이처럼 영원히 피터팬과 놀고 싶던 웬디였던 것 같다.
아이가 아니지만 아이같은 마음을 되찾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 같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동요 메들리를 부르는데 난 이상하게 그렇게 눈물이 났다.
아마도 내 안에 다시 살아난 어린아이가 용기와 감사를 끌어안고서 흘리던 기쁨의 눈물이 아닐까 싶다.
각 여행지에서마다
당시의 르네상스 부스러기들을 찾고 있었지만
번번히 그 조각상들 앞에서
또
그 풍광들과 건축물들 앞에서
달밤에 지난 사랑이야기들을 하면서
난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중세시대를 넘어 르네상스를 만나
그림 속 사람들이 표정을 다시 찾고
사랑을 그리고 사람의 영혼을 만나게 되는 것이 꼭
내가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매일 아침 시를 나누면서 돌아보니
우리들의 여정이 곧 아름다운 시 한 편이 되어 있었다.
삶이 곧 글이고
삶이 곧 시가 되게 하라던 스승님들의 말씀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아름다운 울림이 되고 노래가 되어가는 삶이 멀리 있지 않았다.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에게 웃음은 누구보다 더 빨리 퍼진다.
난 이미 삶에 기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정이 끝나가는 길목에서 나는
새로운 창문을 마음에 단 것처럼 신바람이 났다.
검은 커텐이 아니라
화려한 오색빛깔의 커텐이 펄럭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우리들의 노래는 눈물은 그대로 한 편의 그림이자 시였다.
아씨시에서의 성 프란체스코가 새들에게 설교를 하던 그림을 잊을 수가 없다.
예전에 친구랑 산에 오르면서 내가 나무들에게 말거는 모습을 보고
나를 비웃기라도 하면서 그 친구는 놀려댔었다.
문득 그 때가 생각났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이 우주를 향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다시 걸어보자고 말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자에게는
용기란 저절로 생기는 법이다.
한 여름밤의 꿈은 깨어났지만
그 아침은 이전의 아침과 다르다.
혼자가 아닌 느낌
충만한 빛으로 감싸진 느낌
루까의 바람이 내 온몸을 스칠 때의 그 기분이 계속되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하면 거창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또 사실이 아니던가
매일 아침 눈뜨고 일어나는 그것이 기적이고 새로운 탄생 아닌가
그 이후의 숨쉬고 사랑하고 웃는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
다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친퀘테레의 지중해 해변에서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래성을 쌓는 것에 심취해 있던
한 소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안의 어린아이도
인생의 모래성 쌓기를
다시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에의 길 - 이반 투르게네프, 김학수 옮김
모든 감정은 사랑으로, 정열로 이끌어질 수 있다.
증오도, 연민도, 냉담도, 존경도, 우정도, 공포도-
그리고 멸시까지도. 그렇다.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단 하나 감사만을 빼놓고.
감사는-부채. 사람은 누구나 부채를 갚는다...
그러나 사랑은 - 돈이 아니다.
(19881년 6월)
고마움을 갚을 수 있을까. 무엇으로 갚겠는가. 감사한 마음은 그대로 충분하다. 그래서 에크하르트가 감사함만이 남는다고 하던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간다. 진실한 그 감사함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사샤가 들려드리는 사랑에의 길: 20110820 015225.m4a
아말피의 밤 노래 - 새러 티즈데일
(Night Song at Amalfi)
별이 빛나는 하늘에게 나는 물었네
내 사랑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하늘은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오로지 침묵으로.
어두워지는 바다에게 나는 물었네
저 밑에 어부들이 지나가는 바다에-
바다는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아래로부터의 침묵으로.
오, 나는 그에게 울음을 주고,
아니면 그에게 노래는 줄 수 있으련만-
하지만 어떻게 침묵을 주리요,
나의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을?
*아말피: 이탈리아 남부의 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