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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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의 나보다 편안하다. 세상은 끝없이 넓은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몰라 출렁대던 젊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30대의 나보다 열심히 산다. 언제까지나 널널할 줄 알았던 시간이 실제로 소멸되는 자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40대의 나보다 행복하다. 나의 경험과 자원이 하나의 목표 안에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젊음만이 구가되고, 나이든 사람들은 찬밥 신세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를 절감하게 된다. 반면에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명확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한정된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시간은 좀 더 촘촘해지고, 일상은 탄력 있어지고 맛있어진다.
성숙한 성인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익힐 수도 있다. 젊어서는 단점으로 보이던 것들이 사회에 수용될 만한 태도로 변화하는 것이다. 투사는 이타주의로, 집착은 승화로, 수동적 공격성은 유머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을 때는 개인적이던 사람들도, 점차 가족과 공동체 나아가 인류 전체로 관심을 확대하게 된다. 젊었을 때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했던 사람들을 연구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관심사는 보다 폭넓은 문제로 심화되었다. 그들은 정치, 인류 복지, 환경, 때로는 우주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깊은 관심을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젊어서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였으며 지금은 장애자운동을 거쳐 고령자문제에 심취해 있다. 30대에 탁월한 육아 지침서를 집필했던 소아과 전문의 벤자민 스포크가 70대에 접어들어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 일했고, 90대에는 영성에 대한 글을 쓴 것도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멋있지 않은가. 수명연장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예전에는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주목받는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소수의 영웅이나 리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취향과 문화가 소중하게 여겨진다. 워낙 복잡다단한 문화 속에서 개성과 자의식이 주목받다보니, 점차 나이라는 변수도 희박해질 것이다. 적절한 목표를 갖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성급한 쇠퇴를 각오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당신 안에 가장 강력한 것을 찾아 빛이 나도록 닦아라. 그것을 통해 내 삶을 완성하고 세상의 한 귀퉁이를 완성하라. 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막연한 두려움과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면 충분하다. 무엇이든 10년만 몰두하면 길이 보인다지 않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시작하지 않더라도 세월은 간다.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10년 후에 그저 열 살 더 먹기 밖에 더 하겠는가.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라. 해 낼 수 있다고 굳게 믿어라. 삶은 점점 확장되는 것이다.

햇빛처럼님이 불혹이라면, 성인이 된 이후의 시간을 대략 15년으로 할 때
활동기만 잡아도 두 번 이상의 성인기가 남은 거잖아요.
살아보니 사람이 지레 지치는 것 같아요.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될까 싶어 생각만 하다 가상의 두려움에 밀쳐 놓고...
님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는 말이지요.
어떤 유혹인지 몰라도, 결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무사안일만 아니라면
그저 따라 가기를 권하고 싶네요.
하고 싶은 일은 저지르고, 잊어 버리고,
또 새로운 관심을 따라 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능력일 정도로, 그렇게 인생이 길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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