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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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너는 항상 생각하려고만 하는구나. 사람은 생각해서는 안되고 믿어야 해' 나는 생각했다. '아니다. 사람은 체험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알아야 한다' _카를융,기억꿈사상87
외식업은 레드오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업과 폐업을 반복한다. 직장 나오면 할 일이 없는 것도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창업을 한다. 치킨집과 갈매기살집은 지금도 많지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실패해서 나간 자리에는, 또 다른 장사꾼이 풍운의 꿈을 안고 입점한다. 이 곳에서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식당 참 많다. 외식업은 레드오션이다.
매출이 줄어드는 찰라에, 신메뉴를 런칭하고 이벤트를 하다. 나가서 전단을 돌렸다. 전단 돌리기는 원시적인 홍보수단이다. 세련되지도, 창조적이지도 않다. 종로에는 전단 아줌마가 많다. 나는 그들이 나누어주는 홍보물을 받은 적이 없다. 별 효과 없는 홍보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가게 앞에서, 고교 알바들이 전단을 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손님들이 곧잘 받는 것이다. 내용을 대충 훓어본다. 전단을 훑어보느라, 우리 가게를 보지 않고 지나가버린다. 이런 모습을 쭈욱 지켜보니,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돌린다. 가게 앞에서, 홍보물을 주니, 손님이 들어온다. 우리가게 매출은 저녁 장사가 좌우한다. 시작이 좋아야, 파동이 마감때까지 이어진다. 초장에 손님을 얼만큼 확보하느냐가 그날의 매상을 결정한다. 가게 앞 5미터에서 전단을 주면, 손님은 이 가게가 어디 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때, 문앞에서 우리집 이모가 '여기요'라고 불러주면 손님은 낚인다.
삐끼와 찌라시의 힘을 실감하다. 창조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고, 안하고'의 문제다. 땡볕에 힘들지만, 손님이 들어와서 3만원 이상 매상이 오르면 남는 장사다. 장사를 할수록, 장사는 수작업手作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일이 신경쓰고, 손님 한명 한명을 바느질 하듯이 모셔와야 한다. 수작업은 실행을 의미한다. 머리를 굴려서, 기획을 잘 짜서, 대량으로 손님을 몰고오는 방법은 없다. '대박'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외식업에 대박이란 없다. 정작 대박집은 대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손님 한명 한명에 내 손떼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대박은 거저라는 느낌이 드는데, 노력만큼 나온 결과라면 대박이 아니다. '사장이 움직이면 손님이 온다.' 내가 터득한 장사방법이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없다. 외식업 종사자는 공부도 안하고, 새로운 시도는 더더욱이 안한다. 그저 문 열어놓고 손님 기다리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업은 블루오션이다.
우리 가게 앞은 육회집이다. 작년에 육회가 유행이었다. 호기심에 먹었다. 양이 적고, 소스를 조잡하게 섞어 먹는다. 1년을 가면 오래 갈 것이다.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손님이 많이 빠졌다. 가게 앞 육회집은 유행이 끝날 무렵에 들어왔다. 아이템도 매력적이지 않은데, 매장도 작다. 4테이블만 차도, 가게가 꽉 차보인다. 오후 5시에 문을 열어서 새벽 6시에 닫는다. 예상대로 손님은 없다. 사장은 일매출 150을 바라보고 왔으나, 내 생각에는 30만원 정도 올리는 것 같다. (소주짝을 보면, 대충 매출이 짐작 간다.) 매장이 작다고, 집세가 싼 것은 아니다. 주방아줌마, 알바, 사장내외의 인건비까지. 게다가 고기장사는 재료비가 많이 나간다. 이런 장사라면 망한다. 더 답답한 것은 사장이다. 그는 나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빈 가게를 보며, 담배만 피울 뿐이다. 우리 가게가 꽉 차서 바쁘게 돌아가거나, 내가 손님에게 전단을 돌리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참 부담스러운 시선이다. 가게 나와서 사장이 하는 일이 없다면, 사장은 나올 필요가 없다. 소중한 시간에 자리만 지킨다면, 2인분의 인건비를 까먹는 셈이다.
매장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란 사장의 마인드다. 이북 사람에게 장사를 배웠다고 하는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한다. '종업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장 마음 모른다' 맞는 것 같다. 내가 직장 다닐때도, 전혀 사장의 마음을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장님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소프트웨어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적절이 대응하기다. 손님이 음식을 대하는 모습,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삭힐려고 하는 모습, 무언가 필요한데 주위에 스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갈려고하는 모습, 심지어는 무언가 원하는데, 그것이 손님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를 사장은 포착해야한다. 종업원은 이런 일을 못한다. 육회집 사장은 이런 행동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장사란 입지를 해서 셋팅을 하고, 손님 오면 음식 내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문열어 놓고, 종업원에게 맡겨놓으면 현금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한다.
장사는 수작업이다. 실천이며, 행동이다. 누가 사업에는 치밀한 준비와 구상이 필요하다고 했는가? 헛소리다. 생각은 적게 할수록 바람직하다. 넷스케이프의 공동 설계자, 짐클락은 모터처럼 빠르게 일을 진행시키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헬시온이라는 의료사이트를 구축할 때도, (의사·환자·헬시온·공급자·소비자) 딸랑 5단어를 적은 종이 한장으로 시작했다. 지식은 사람을 확장시켜주지만, 한편으로는 관념의 껍데기에 사람을 가둔다. 이것은 병이다. 무엇이든 확실하고, 명료하고, 정리되어야만 행동으로 옮기는 병.
다른 사람 말 물어볼 것도 없다. 분명 그에게서는 넋두리와 푸념만 나올 것이다. 힘들고, 실패할테니 하지말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하지말아야할 이유만 생기고, 두려움만 커진다.
'빠르게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얻을 때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당장 만들어 보고, 사용해보고 배웁니다' _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변화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목표설정을 정교하게 하지 않아서 아니라,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실행할 시간이 없다. 기발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는 필요없다. 아는 것만 실천해도 성과가 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가? 방법이 필요없는 것이다. 그냥 몸을 던지면 된다. 아득한 심연속으로. 나를 통으로 던져야, 무의식에 파문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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