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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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회색빛 불안으로 일렁이고 있다. 한국을 강타하는 ‘불안한 미래’의 4종 종합세트는 고용, 교육, 주거, 노후불안이다. 사상 유례없는 청년백수시대, 2~3년씩 해외연수를 다녀와도 대학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잡기 힘들고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두려워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기업들은 외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진출하고 국내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인력 감축, 구조조정등이 상시화되면서 직장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친구의 결혼보다 더 많은 이혼소식이 일반화하고 이혼을 기념하는 ‘이혼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다고 한다. 가족의 끈끈함은 점차 옅어지며, 남편의 실직은 가정파탄을 부르는 사회가 되었다. 교육과 주거, 노후불안에 대한 불안은 두려움에서 강박증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리스크로부터 안심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무의식의 내면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는 불안과 두려움이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앞 일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의 불안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보험에 가입하고, 펀드를 들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안심’을 희구하는 잠재된 욕망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등하교 시 학교도착과 출발을 알려주는 안심 문자서비스나 어린이납치, 안전보험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안심에 대한 욕구의 크기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安全)'과 '안심(安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안전은 과학과 확률이 지배하는 영역이지만, 안심은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가! 라는 인문학적 영역이다. 쇠고기 파동시 정부는 ‘안전’을 필사적으로 설명하지만, 격앙된 국민은 ‘안심’을 요구했다.
몇 백만원짜리 고가의 건강검진이 과연 꼭 필요할까? 병원 건강검진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이유는, 호텔 같은 편의시설과 친절한 서비스 탓이 아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질병의 위험, 그 불안하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잠재된 모든 위험을 찾아주겠다는 (불안을 자극하는) ‘불안 마케팅’만큼 수익으로 직결되는 확실한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질병을 안심하고 치료해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 강한 브랜드가 있을까? 모든 병원들이 고객의 마음속에 포지셔닝 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바로 ‘안심할 수 있는 병원’ 그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OOO 병원에 가면 안심할 수 있다.’
‘OOO 병원에 가면 설혹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라는 인정을 받는 것!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Jacques Lacan 에 의하면 우리는 예외 없이 모두 신경증 환자들이다. 누구나 히스테리 또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필요는 충족될 수 있지만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고 했다. 캬! 무자게 폼 잡는다..암튼 멋진 말이다. 충족된 욕구는 욕구가 아닌 것이다. 자동차는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어 있지만, 고객의 욕망을 채워야 하는 새로운 자동차는 계속 출시되고 있다. 필요에 따른 상품을 파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욕망을 담은 상품을 파는 시장은 새롭게 확장되고 끝없이 펼쳐진다. 마케팅은 그 욕망을 자극하는 것 아닌가?
의료 마케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의료에 대한 결핍된 욕구를 채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불안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안심과,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는 키워드는, 채워지지 않은 고객의 욕구로 남아, 발빠른 누군가에게 먼저 선점 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무의식의 욕구를 잡는 자가, 미래의 의료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과연 섣부른 예단일까?
컬럼 취지 ;
내가 곧 시장이다. 내가 곧 소비자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그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성찰하는 경영자다. 고객의 무의식을 잡는 자가, 시장의 승리자가 되는 세상을 융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업은 개인의 욕망을 자극합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전쟁 같습니다. 기업의 마켓팅과, 소비하고 싶은 욕구와 싸워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욕망을 자극할 뿐, 정작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스피드한 것을 구매하라고 부추기지요.
형이 근무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종교인이 운영하는 곳이기에, '생명을 소중히 여길것'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안전한 곳이며,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 + 서비스(혹은 교육) = 안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입장에서 보면, 종업원은 손님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교육을 시켜야 비로소, 손님이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