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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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춤추는 부활
부제: Vous voulez danser avec moi?(저와 함께 춤 추시겠어요?)
달에게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있지요?
캠벨의 책 신화와 인생을 읽다가 보니 한 사람을 정해서 정해진 시간에 러브레터를 쓴다 생각하고
글을 써보라는 귀절이 있더군요. 문득 그대가 떠올랐어요. 요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슨 책을 읽으며 사는지 소소한 안부도 궁금하고 그 마음속 큰 세계의 소식도 궁금하구요.
책을 좋아하는 당신도 아마 이 책을 읽었겠지요. 사실 한글 제목은 신화와 인생인데 책을 읽어보고나니
원제인 Reflections on the art of living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도 왜 몇 년 전 봄밤에 술 한잔 기울이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신은 존재하는지
얘기했었잖아요. 그렇게 깊이 있는 대화가 통했던 당신이 오늘밤에는 더 보고 싶네요.
아마도 캠벨의 책을 읽었다면 분명히 나처럼 느꼈겠죠. 어쩜 우리들의 생각과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독교였던 그대와 불교였던 나와의 간극에 대한 거리를 (사실 이미 이러한 종교는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사실 그러한 거리조차 무의미하다는 것을 캠벨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답니다.
사실 신화의 대부분이 다양한 상징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상징에 잡히거나 언어에 잡혀서는
더 넓은 세계로 초월적 세계로의 이양이 어렵다는 것을 삶의 다양한 방면에서 얘기하고 있더군요.
어쩌면 이 책을 좀 더 빨리 만났었더라면 내 안의 모순과 용기 없음에 대해서도 좀 더 일찍 깨달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과 함께 이제라도 그 길에 대한 빛을 한 줄기 본 듯하여 기쁘기도 하답니다.
현세를 알아야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가능해 질 터이지만
이 책 속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장르들을 다루고 있답니다. 결혼, 사랑, 여자와 남자, 종교, 예술, 글쓰기등등
결국은 다시 자신을 찾는 길로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랍니다. 너와 내가 하나였던 그 때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으로의 부름. 그에 대한 응답이지요. 그 때 한 참 저의 용기 없음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었는데,
이제서야 전 용기를 조금 내보려고 한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달리고 있는 기차를 멈추고 잠시 멈추어 서면
되는 거였는데, 불안한 마음에 오히려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혹은 그 방법을 모른채
계속에서 달렸던 것 같아요. 마치 잘못된 사다리에 올라서 이곳이 아닌가보다 하는 캠벨의 비유처럼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그대는 참 현명했던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탐구도 세계에 대한 시선도 그리고 바른 순간
바른 선택을 한 것도 말이지요. 생각해보면 결혼에 대해서도 전 생각이 많이 부족하고 비 현실적이였던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해서도 말이지요. 너무 자신 안에 갇혀서 넓은 우주를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랑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캠벨 아저씨에게 무참히 깨졌죠.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도 영혼의 결합으로 또 다른 레벨로의 결합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요.
난 여여(如如)하다는 말을 참 좋아했는데 캠벨도
여래 (타타가타, tathagata)라는 말을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그렇게 오는 이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그 모든 것들이 전일성을 띄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 안에 아름다움의 리듬이
흐르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그 봄밤 우리는 더욱 심미적으로 도취되었던 것이 아닐런지요.
그대를 그대의 아름다움으로 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보는 그 순간.
그러한 순간들의 이어짐이 곧 진정한 삶이였을텐데 연습 부족이였는지 아니면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였는지 순간의 영원성으로 잠들어 버렸지요.
이제 멈춰보니 알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호수에 달이 휘영청 밝은 그 느낌은
또 하나의 세계가 호수위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맑음 말이지요. 멈춰보니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이 얼마나 탁하고 혼란스러웠는지 무엇을 향해 달리는지도 모르게 그저 에너지를 분출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였는가 말이지요. 그렇다고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닌데, 고뇌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고뇌가 아니였는지
아니면 이제서야 그 생각들이 익어서 열매를 맺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만이 남네요.
멈추고 저의 죽음을 떠올려 봅니다.
이대로 생을 마감할 때의 그 마음을 이전의 내가 죽고 부활하는 그 순간을 말이지요.
제가 다시 부활한다면 전 춤을 추며 살아나고 싶어요. 전 생에 대해 기뻐하면서 내 삶에 감사하면서 말이지요.
어쩌면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여여하게 다가오는 삶의 기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저의 문제였겠지요. 이 우주는 원하는 것을 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
되어 있지 못했던 거라는 것을 이제서 느끼게 됩니다.
또 재밌는 것이 나름 예술가로서 살고 싶다며 이야기했었는데 왜 용기가 나지 않았었는지 알 것 같아요
예술도 제대로 된 기술을 동반해야 했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기술이 없이 치유적인 예술로만 생각을 하다보니
제대로된 예술이 되지 못하고 소박한 예술가로 남게 되었던 것이지요.
삶의 기술도 익히고 그래서 제대로 삶의 기쁨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고
예술가로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기술도 제대로 익혀보려고해요
그래서 치유를 넘어선 그 이상의 진정한 예술로서 승화되는 것이지요.
다시 만날 때에는 어쩌면 그 때의 제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달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한 제 삶의 운명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 때 그대에게 춤 한 번 신청하고 싶네요.
삶의 춤을 함께할 수 있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손을 잡아주세요.
그 때의 우리는 서로의 간극이 사라져 버린 또 다른 우주속에서 춤을 추고 있을 상상을 해봅니다.
춤추는 부활 참 멋지지요?
그대의 삶에도 몸과 마음에 기쁨이 넘쳐흐르기를 간절하게 바란답니다.
아래 시 기억나죠? 늘 제 방에 붙여 있었는데,
역시 깨우친 사람들은 서로 통하나 봅니다.
춤 이라는 시로 오늘 편지 끝인사는 대신할게요.
몸과 마음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우리의 몸이 춤출 때 영혼도 함께 춤추고 있다는 것을
Coleman Hawkins - Body & Soul
http://www.youtube.com/watch?v=0Q7J4PgrRsY
춤-오리아마운틴 드리머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의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테니.
당신의 가슴 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내게 보여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영웅적인 행동을 한 전사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을 대 당신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가.
당신의 힘만으론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벽에 부딪혔을 때
무엇이 당신을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는가를
내게 말해달라.
무엇이 자신의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는가를.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 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온전하게 만들어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홀로 있음과
또한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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