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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나무 안에 이렇게 다양함과 색깔의 향연의 잔치를 누리게 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겨울입니다.
자숙의 시간입니다. 봄과 여름 가을을 힘차게 달려온 나무이기에 몇 개월 정도는 재충전을 통해 쉬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동장군의 위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겨울철 곰이 동면을 하듯이 나무는 숨결을 한참 고릅니다. 갈무리의 심호흡으로써 내면의 내공으로써 한껏 견디어 냅니다. 앙상하고 메마른 가지에 생명의 힘센 기운을 한 톨 한 톨 숨겨 놓습니다. 그리고 오직 인내와 끈기로써 생명의 시기를 준비하며 기다립니다. 세상의 무게를 더하듯이 내리는 함박눈의 몸뚱이로 가지가 부러지고 가슴이 갈라지고 속이 타들어 가더라도 묵묵히 견디어 냅니다. 매서운 추위에 아스라 지면서도 희망의 노래를 올곧게 속으로 간직 합니다. 오로지 살아온 내공만큼 세파를 이겨낸 세월의 나이테만큼 땅깊이 뿌리박고 내린 새파란 젊음의 힘줄로써 고된 시간을 이겨 냅니다.
봄입니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여리디 여린 가지 어디서 그런 꽃잎의 색깔이 나오는지 감탄이 나올 지경입니다. 노란색, 빨간색, 분홍색, 연보랏빛, 하얀색 등으로 저마다 멋스러움을 마음껏 뽐내어 봅니다. 겨울의 단내를 이겨낸 자축의 기쁨으로 세상을 무대로 잔치가 이루어집니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여인네들의 한껏 멋 내기처럼 놀라운 향연을 창출해 냅니다. 이럴 때면 나무는 마술사가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시각의 변화를 이루어 냄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냅니다. 한평생 정주(定住)의 삶을 살아가는 나무로써는 또 다른 삶의 지혜로써 자신이 찾아가기 보다는 준비된 만찬에 세상을 초대하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겨울의 속앓이를 오로지 참고 이겨내어 승화된 삶으로 꽃피우는 그들의 마땅한 디너쇼 입니다. 나무는 승리자 입니다.
여름입니다.
나무를 닮은 매미가 넉넉한 풍채와 골 깊은 울음으로써 계절의 메신저의 역할을 해내듯이 나무는 또 다른 변신을 합니다. 봄의 계절에 자신의 뽐냄을 자랑 했다면 이제는 녹색의 푸름과 기다린 이파리로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운 빛에 서늘함으로 반응을 합니다. 그리고 살아온 시간을 넉넉함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그에 대한 반가움과 기쁨으로 산과 들과 물가로 축제를 떠납니다. 세상이 한껏 아우러집니다. 시원함과 그늘과 또 다른 영향력으로 세상과 함께 호흡 합니다. 기쁨을 느끼는 나무는 공유자입니다.
가을입니다.
나무는 시인이 됩니다. 높고 파란 청아한 하늘을 등에 지고 기름지고 넉넉한 평야를 발판을 삼아 나무는 시인의 마을의 가족원이 됩니다. 넉넉함과 여유로써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사람들의 고독과 상처와 외로움을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이때 나무는 또다시 요술을 부립니다. 파랗던 잎사귀가 다시 한 번 환골탈태를 이루어 냅니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태양의 친구로서 동반자의 삶을 살아가듯 붉은색 노을의 황홀함과 함께 세상을 가슴 가득 노래합니다. 고혹적인 여인의 자태처럼 빛깔의 향연으로 무장한 그들 앞에 서서 나는 한참이나 넋을 잃고 날새는줄 모릅니다. 어쩜 이렇게 고운 빛깔을 뿜어낼 수 있을까. 나무의 어디에서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삶을 이루어 나가는지. 어쩐 변화를 꿈꾸는지. 그리고 한번쯤은 질문해 봅니다. 인간의 삶뒤에 또 다른 태어남이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럴 때면 한번쯤 나무의 삶을 염원해 봅니다. 내안에 태초부터 잠재되어 있는 유전자 코드에 의한 다양성과 찬란한 변화의 삶들을. 봄으로써 여름으로써 가을로써 겨울로써 상황의 시류와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하며 준비함으로써 기민한 반응으로 함께 이루어 나가는 신기함을 나도 은근히 누리고 싶습니다.
눈치가 없어 반응이 늦은 나에게는
조금은 미련 곰탱이 같은 나에게는
한가지에만 필이 꽂히는 나에게는
고집스러움을 주장하는 나에게는
나무가 스승이요 하늘이요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나도 내안에 나무가 그러하듯이 여러 색의 다양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햇볕에 투영된 프리즘에서 일곱 가지 빛깔의 속살이 뿜어져 나오듯이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서 가지고 있는 내공을 뽐내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무가 그러하듯이 나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나긴 겨울의 속내를 털어내고 이제막 세상 기지개의 하품을 켜는 나무가 되어 봅니다.
나무의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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