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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7일 13시 44분 등록

응애 70 - 나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다쓰호철 5 

  2009년 가을 “호랑이”에게 잡혔다. 낮이나 밤이나 호랑이 아가리에서 벗어날 수 있길 꿈꿨다. 잘 먹지도 못했다. 코피도 한바케츠 까지는 아니지만 한웅큼 흘렸다. 에잍, 에잇, 호랑이 철학 같으니라구.... 하고 빗속에서 뛰어다니기도 했다. 이제 겨우 출옥 날짜가 잡히고 나는 비상을 다시 꿈꾼다. 어쩐지 이번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직 “너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신의 물방울을 마시며 긴 시간 숙성과정을 거쳤다. “나는 지쳤어, 이제 더는 못하겠어...으으으악~” 하는 순간에 겨우 구원이 찾아왔다. “폼 잡을 시간 있거든 연습이나 더해라.” 그래, 분명히 잠을 잊고 밥을 잊은 그대의 속에는 무엇인가 농부의 땀으로 경작된 그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호랑이철학 서른 몇 장을 몽땅 던져버리고 백지를 마주했다. “그래 수영을 하려거든 이론만 파고 있지 말고 바로 물로 뛰어드십시오.” 나는 어찌 사람 복이 이리도 많은 것일까? 쏙쏙 파고드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말해주려나....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예술 비평가이자 사회 사상가였던 존 러스킨은 묘비명에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Unto This Last ..." 란 글을 남겨달라고 했다. 이 말은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말이다. 마태복음 20장에는 선한 포도밭 주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시장에 나가 하루에 1 데나리우스를 주기로하고 일꾼들을 포도밭으로 보냈다. 9시, 12시, 3시에 다시 나가 일꾼을 불렀다. 오후 5시경 다시 나가보니 아직도 빈둥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켜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거란다. 그는 그들도 포도밭으로 보내 일을 하게 했다. 새벽부터 와서 일을 한 사람이 저녁에 온 사람에게도 똑같은 품삯을 주는 것에 대하여 그들은 ‘한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찌는 더위 속에 온종일 일한 우리와 같은 대우를 하는거냐’고 의의를 제기한다. 그때 포도밭의 주인이 대답한다. ‘ 친구여, 나는 너를 부당하게 대한 것이 아니다. 너는 나와 1 데나리우스로 합의하지 않았느냐?  너의 픔삯이나 받아가지고 돌아가라.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너에게 준 것과 똑같이 주는 게 내 뜻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 이지만 존 러스킨이 이해한 것은 노동자는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노동자는 공평한 보수로써 생존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생각한 나중에 온 사람은 사회 경제적 약자를 말한다. 경제 시스템을 인간의 이기심에만 내 맡기는 것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한 경제체제를 따르는 것 보다는 나중에 온 사람도 동등하게 배려받는 ”조화로운 불평등“의 사회가 궁극적으로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부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동시대의 사람에게 커다란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배척당했다. 그러나 마히트마 간디는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기차안에서 이 책을 읽고 그의 인생을 이 책의 이상을 따라 바꾸기로 결심한다. 톨스토이는 ‘러스킨은 가슴으로 생각하는 희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자기가 보고 느낀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미래에 생각하고 말할 것 까지 미리 생각한 사람이다.’ 라고 감탄했다. 

평범한 사람이 때가 되어 세상의 시장으로 나아갈 때 어떻게 스스로를 알릴 것인가 를 연구하는 것이 호랑이 프로젝트의 화두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분석도 마쳤고 사회 구조적 여건도 살펴보았고 미래도 나름대로 예측해 보았다. 각자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점찍어 보았고 그 자리에서 어떤 도구를 활용해서 어떤 루트를 따라 원하는 영역으로 원하는 삶으로 이동해 갈 수 있는지 실험도 해 보았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자원해서 역할 분석을 해주었다. 

이 과정을 줄곧 함께하며 공부를 함께 나누어 온 나의 생각을 여기서 말하고 싶어서 긴 이야기를 했다. 유능한 젊은이들이 물먹은 보석처럼 아직 세상으로 나아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우리의 경제 상황은 아직 불투명하다. 아니 한동안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그래서 막막한 광야에서 홀로 길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뒤에는 기대를 가지고 나를 몰아대는 코끼리가 있다. 나는 당장 눈 앞에 피난처를 발견하고 임시 몸을 피했지만 불안하다. 의식이 깨어 있으면 깨어 있을수록 회의를 하게 된다. 무언가 더 깊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열망에 사로잡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준비를 시작했지만 늘 회의와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근원적인 불안과 갈등과 회의가 바로 인간의 조건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비록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하는 사회 생활에서도 변화의 계기는 항상 온다. 자의든 타의든 내게 주어지는 운명에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우리의 열망이다. 그래서 호랑이 철학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는 것이다. 모든 사건과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 과연 나는 누구이고 도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것인가?”라는 질문은 항상 되돌아오게 되어있다. 20살 젊은이거나 관록이 쌓인 중장년이거나 다 똑같다. 그러니 보다 애정을 가지고 평생 내공으로 쌓아갈 자기의 철학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모든이의 모든 철학에 정답은 없다. 다만 자기의 철학이 있을 뿐이다. 이런 자기의 철학이 세상과 어떻게 만나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생성해 나가는 것인지를 바라보는 것이 개인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늘 “너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를 말하다 보니 항상 제자리에 서서 수영장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교과서 없이 쓰기 시작했고 ... 그렇게 나는 지금 수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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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해
2011.05.27 13:51:01 *.67.223.154
희산이 글을 쓸 때마다 따라가며 글을 올리는 것 같아서....신기합니다.
희산, 난 일요일까지만 쓸거당. 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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