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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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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일 10시 36분 등록
해거름에 몇 장 찰칵~!
안녕하세요? 한여름 무쇠솥 녹이는 장작불 어떤가요?
이제 거의 다 되어 갑니다.
어제는 남편이 글라인더로 솥을 마구 갈아내고 했어요.
그런데도 시커먼 물이 자꾸 나옵니다. 휴~ 힘들어!
참, 솥은 동네 장씨힘을 잠깐 빌려 남편이 완성한 것입니다.
난생 처음 만들었다는데 아주 잘 만든 것 같아요. 일부러 황토로 했구요.

<공작초와 무쇠솥>
봄에 학교서 새끼손가락 만한 공작초를 힘들게 옮겨 심었는데 어느새
진주황색 꽃망울들 동글동글 불어오는 바람에 도란도란 정겹습니다.
텃밭 가장자리 비잉 둘러가며 다 심었습니다.
좀 더 있으면 꽃사태로 멀미날 것 같아요.
꽃멀미는 봄에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장작불에 청솔가지 익어가고>

해거름에 둘째와 뒷산에 가서 청솔가지 많이 꺾어왔습니다.
초여름에 가고 처음이었는데 길가엔 온통 키큰 풀들의 향연 한창입니다.
어느새 쑥부쟁이도 피었고요.

솥 가득 안치고 장작불 활활 지폈습니다.
청솔가지 익는 향기 너무 좋고, 추석에 솔 잎 밑에 깔아 송편 쪄주시던
추석이 생각납니다.
타닥거리며 참나무 장작 타는 향기는 어느새 유년의 고향으로 데려다 놓고......
씰데 없이 소두뱅이 자꾸 여닫으며 그 틈으로 고향의 정짓간을
기웃거립니다.
금방이라도 우리 큰 고모, 보리쌀 뜸들일동안 남밭(남새, 채소가 자라는 텃밭)
에 가서 물외(조선 오이) 따고, 보랏빛 가지 따러 삽작을 나갈 것 같습니다.
내일 하루 더 질 내고 논두렁 콩더미 사와서 단으로 묶인 그대로
저 솥에다 쪄 내어 이웃들과 평상에 앉아 나누어 먹으려고요.
사실은 해거름에 앞집에서 옥수수 꺾어 두었다며 가져가라더군요.
저 불에 한 번 더 우려내고 옥수수 삶으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 가스에
삶았습니다. 조미료 안 넣어도 갓 꺾은 옥수수는 달큰합니다.



<정길이와 병준이>

큰 아이가 정길이 6학년, 작은 아이가 병준이 1학년.
정길이는 반장댁 막낸데 이 마을에 아이라곤 셋(병준이 동생 은영이 까지)
밖에 없어 수시로 1학년 동생과 저렇게 어울려 놉니다.
모래로 만든 논이랍니다.
후훗...... 너무 이뻐서 꼭 안아주고 싶었어요.
보는 것이라곤 자연밖에 없으니 놀이도 자연을 소재로 합니다.
논을 큼지막하고 반듯하게 만들어 물까지 찰랑찰랑 채워놓았습니다.
참, 병준인 필리핀인 엄마를 둔 장씨 아들입니다.
노총각으로 가난하게 살다가 순전히 종교적(통일교) 이유로 예쁜 필리핀
아내를 맞이 하였죠. 아직 우리 말이 서툰 그네를 한 번 불러 맛난 국수
대접하며 말동무 해주어 타국의 외로움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어요.
머나먼 이국에서 건너와 우리 핏줄을 면면히 이어가게 하는 그녀가 장합니다.



<태양이 입맞춤한 자리에 푸른바람 짙어지고>

우리마을 입구에서 찰칵!
아침에 저 논에 노오란 점 하나 박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칠십 넘은 옆집 김노인께서 논에 엎드려 '피'를 뽑고 계셨습니다.
노오란 한 점은 김노인의 밀짚 모자였지요.

중학교 여름방학땐가 한 십릿길 걸어 논매는 아저씨께 참 광주리를 이고
간 적 있었죠.
참 드실 동안 재미삼아 논에 들어가 엎드려 논매는 흉내 내본적 있었는데.....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엎드리니 후끈 단 논물 열기는 얼굴을 삽시간에 달게
했으며 한창 약 오른 벼포기들은 앞가슴을 사정 없이 마구 찔러 금방
온 목이 울긋불긋 여러 줄로 좌악 그어졌죠.
그때 논매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 줄 알았습니다.
그 옆의 논, 역시 칠십 넘은 노인이 아침 저녁으로 도구를 친다,
피를 뽑는다 하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봅니다.
그 분은 인근 아파트에서 다니면서 농사를 짓는 분이구요.
올해 모쪼록 대풍이 들어 두 노인의 얼굴에 웃음꽃 피었으면 합니다.

요즘 이 곳은 새벽이나 아침 저녁이라야 경운기 소리,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 두런거리는 말소리들로 고샅길이 숨쉽니다.
그 때 아니면 너무 더워 일을 할 수 없지요.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땀이 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립니다.
그래도 머리 복잡하면 만사 제쳐두고 한바탕 일 하고 나면 참 개운하죠.
땅심 받으며 노동에 열중하다 보면 무념에 들어 편안하죠.
그래서 이 곳의 새벽과 해거름의 시간을 제일 사랑합니다.


퍼붓는 빗발 끝까지 다 맞아내고,
사정없이 몰아치는 폭풍 거뜬히 견뎌내고 나면
들판은, 나무는 한결 충실하고, 아름다워지겠지요.
곧 하늘 파아래 두둥실 흰구름 더 하얄 하늘은 대지의 식솔들 자애롭게
내려다 보며 거느리겠지요.
우리들은 대지의 그 젖줄들 있어 비로소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IP *.157.20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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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5.08.02 01:40:27 *.229.122.117
누가 저렇게 다 씻어준 것일까. 여름철 시원한 논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제 일인자의 몫을 하는 논의 싱그러움 나무보다 더 많은 산소를 뿜어내는 벼들이라니.. 놀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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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은미
2005.08.02 17:25:10 *.104.60.245
아름답습니다 님따라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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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5.08.03 21:09:54 *.190.172.171
사랑과 행복이 그리 먼곳에 있지 않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그 행복 마음깊이 간직하고 갑니다. 늘 행복과 사랑 화목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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