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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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학 칼럼 23>
사랑의 중요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볼까?
몇 년 전 일이다. 지금은 여대생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여고 3학년인 한 학생과 정기상담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시험이 목적인데도 학원을 같이 다니는 남학생과의 애정관계 때문에 힘들어했다. 하루는 상담 중에 빙그레 웃더니 ‘사람은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보일테니 잠자코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자, 여러분께서도 한번 들어보시라. 그녀는 노트를 꺼내들고 열심히 써 내려 갔다.
“자, 우선 <사람=사랑>이라고 가정을 하고 제가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해 보일께요. 먼저 좌변과 우변을 보면 ‘사라’가 같으니까 이를 공통으로 제하고 남는 것은 ‘ㅁ=ㅇ’이 되잖아요. 이 두개가 같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죠? 자, 잘 들으셔야 돼요. 사각형(ㅁ)의 내각의 합은 360도잖아요. 원(ㅇ)도 360도 이니까 결국 같죠?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사람은 사랑’이에요. 사랑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구요.”
억지스러운 수학적 증명이었지만 빨갛게 상기된 채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 앞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사랑은 핥아주고 싶은 것
얼마 전 아이가 다쳤다. 외진 곳에서 밤 늦은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는 제 풀에 지쳐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차를 타고 병원을 가면서 쫙 벌어진 밤송이 마냥 찢겨 나간 아이의 이마를 보니 순간 핥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무언가 내 타액 속에 치유의 묘약이 들어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까? 살아오면서 내가 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였다. 때로는 예뻐서, 때로는 안쓰러워서 막 핥아주고 싶었다. 당신의 존재를 혀로 맛보고 싶다는 것, 당신의 상처를 핥아주고 싶다는 것! 그 충동이야말로 사랑의 본능적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때로는 스스로의 존재와 상처를 구석구석 핥는 자기사랑의 행위도 필요하지만....
사랑은 가장 큰 변화
지난번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에서 사랑에 대한 가장 멋진 정의는 이랬다. ‘사랑은 온 우주가 단 한사람에게 좁혀지는 기적!’ 그렇지만 사랑의 기적은 그것만이 아니다. 사랑은 또 하나의 기적을 낳는다. ‘미약한 나의 존재가 온 우주로 확장되어지는 기적!’
정신과를 하면서 많은 ‘변화’를 지켜보지만 결국 그 바탕은 다름 아닌 ‘인간사랑과 자기사랑’에 있다. 어떤 이론을 갖다 붙여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말들은 결국 그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사랑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강에도 귀 기울이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가을이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 어디 따로 있을까마는 이놈의 계절은 지난 사랑의 역사를 재방영 해준다. 대하와 전어를 씹으면서도 누군가와 살을 부비고 싶은 마음은 쉬이 가셔지지 않는다. 엄마의 바바리 코트 속에 손을 넣고 엄마의 손을 꼭 쥐고 걷던 그 포근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진다. 오늘 같은 날은 이 문세의 <옛사랑>을 하염없이 듣고 또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새로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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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변화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사랑의 중요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볼까?
몇 년 전 일이다. 지금은 여대생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여고 3학년인 한 학생과 정기상담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시험이 목적인데도 학원을 같이 다니는 남학생과의 애정관계 때문에 힘들어했다. 하루는 상담 중에 빙그레 웃더니 ‘사람은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보일테니 잠자코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자, 여러분께서도 한번 들어보시라. 그녀는 노트를 꺼내들고 열심히 써 내려 갔다.
“자, 우선 <사람=사랑>이라고 가정을 하고 제가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해 보일께요. 먼저 좌변과 우변을 보면 ‘사라’가 같으니까 이를 공통으로 제하고 남는 것은 ‘ㅁ=ㅇ’이 되잖아요. 이 두개가 같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죠? 자, 잘 들으셔야 돼요. 사각형(ㅁ)의 내각의 합은 360도잖아요. 원(ㅇ)도 360도 이니까 결국 같죠?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사람은 사랑’이에요. 사랑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구요.”
억지스러운 수학적 증명이었지만 빨갛게 상기된 채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녀 앞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사랑은 핥아주고 싶은 것
얼마 전 아이가 다쳤다. 외진 곳에서 밤 늦은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는 제 풀에 지쳐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차를 타고 병원을 가면서 쫙 벌어진 밤송이 마냥 찢겨 나간 아이의 이마를 보니 순간 핥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무언가 내 타액 속에 치유의 묘약이 들어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까? 살아오면서 내가 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였다. 때로는 예뻐서, 때로는 안쓰러워서 막 핥아주고 싶었다. 당신의 존재를 혀로 맛보고 싶다는 것, 당신의 상처를 핥아주고 싶다는 것! 그 충동이야말로 사랑의 본능적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때로는 스스로의 존재와 상처를 구석구석 핥는 자기사랑의 행위도 필요하지만....
사랑은 가장 큰 변화
지난번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에서 사랑에 대한 가장 멋진 정의는 이랬다. ‘사랑은 온 우주가 단 한사람에게 좁혀지는 기적!’ 그렇지만 사랑의 기적은 그것만이 아니다. 사랑은 또 하나의 기적을 낳는다. ‘미약한 나의 존재가 온 우주로 확장되어지는 기적!’
정신과를 하면서 많은 ‘변화’를 지켜보지만 결국 그 바탕은 다름 아닌 ‘인간사랑과 자기사랑’에 있다. 어떤 이론을 갖다 붙여도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말들은 결국 그 장식에 불과할 뿐이다.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사랑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를 낳을 수 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강에도 귀 기울이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가을이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 어디 따로 있을까마는 이놈의 계절은 지난 사랑의 역사를 재방영 해준다. 대하와 전어를 씹으면서도 누군가와 살을 부비고 싶은 마음은 쉬이 가셔지지 않는다. 엄마의 바바리 코트 속에 손을 넣고 엄마의 손을 꼭 쥐고 걷던 그 포근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진다. 오늘 같은 날은 이 문세의 <옛사랑>을 하염없이 듣고 또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새로 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에게 그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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