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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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행사 때문에 부득이하게 모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회사 행사를 마치고 참가를 할까 하는 마음도 없진 않았는데 아마 1, 2년 전만 같았어도 참가를 강행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무리하지 말자'라고 가족간 합의를 보았고 약간의 아쉬움 속에서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일요일 꿈벗 모임에 참가한 것만은 못하더라도 조금 덜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놀아보자 했습니다.
때마침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동네 가까운 곳,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고 차로 5분 +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말바위 쉼터로 향했습니다.
제게 가을은 설렘의 계절이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예전 같지만은 않습니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언제부터인지 가을을 느끼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진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 요즘 세상이지만 한편에서는 여러 가지 논리를 들면서 그것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 것인지 증명할 재주나 능력은 없지만 가을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저의 주관적인 판단일지언정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모처럼 가을을 물씬 느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약간 외람된 얘기를 꺼낸 것 같습니다.
원래는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에 말바위 쉼터에 올라 새벽빛과 일출 광경을 담으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침잠의 달콤함을 뿌리치지 못해 계획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오전의 가을 태양빛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음 주에 다시 한번 일출 광경을 담아보기 위해 시도해 보려 합니다.
이곳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독사진도 꽤 찍었습니다.
카메라를 도구 삼아 '혼자 놀기'를 하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놀기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만 타인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의 혼자 놀기는 그다지 우려할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결론도 내려 보았습니다.
사진을 함께 봐줄 사람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놀기의 부산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곳은 '고립'이 아닐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오후에 가족과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어느덧 오후가 되었고 몸이 조금 나른했지만 그곳에 같이 가면 그 정도의 피로는 풀릴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오전의 빛깔과는 또다른 빛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그곳에 다시 갔습니다.
약간 구름이 끼기 시작해 걱정이 없진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햇빛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울 안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을 보고 일부 장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동하지 않고도 괜찮은 풍광을 볼 수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이 내심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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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1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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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 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매일 만나지도 못하면서
늘 내 뒤에 서 있어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
지만,
언젠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다른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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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3
1
보고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 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 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안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 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 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 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을 모두 보여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 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
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띄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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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혼자노는 시간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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