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암 홍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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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2-누드수업
방학특강 수업으로 누드드로잉 수업을 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책으로 보아온 인체의 움직임과 비례관계를 직접 관찰하고,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연필, 색연필, 크레용, 붓펜, 볼펜 등의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각 포즈마다 많게는 20분에서 짧게는 7분정도의 시간동안 다양하게 드로잉을 하였습니다.
모두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관찰하고, 아름다운 인체에 대한 재현에 몰입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미적 경험을 가져다준 시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드수업이라는 생소한 경험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누드 수업 몇 주 전부터 실제 누드 사진자료를 보여주며 드로잉을 몇 차례 연습시킨 후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한번은 학생들이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 모델에게 처음 몇 포즈는 속옷 착용을 권하고 수업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보기에도 더 부담되고 야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무엇인가 가려져 있다는 것이 오히려 난처한 상상력을 불러왔기때문니다.
결국 포즈 두 번하고 탈의를 요청했고, 그제야 잡념이 없어지고 여체의 아름다움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어떤 책에서 누드모델이 가운을 벗는 순간은 해가 떠오르는 광경으로, 작업이 끝나고 모델이 다시 가운을 입는 순간은 해가 지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아쉬움으로 비유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비유가 너무 와 닿아 그 순간을 보려 했지만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운을 벗고, 입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모델에게 미안하고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매번 고개를 돌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비유만큼은 그 어떤 말로도 전달 못 할 만큼 훌륭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누드수업하는 현장이 궁금하신 분도 계실것 같아 사진을 올립니다.
약간 포샵처리를 했지만 보시고 부담을 느끼시는 분이 계시겠네요. ^^;
단순히 여자의 나체가 아닌 부드러운 곡선이 만드는 아름다운 인체를 표현하는 현장으로 바라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