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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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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1일 12시 01분 등록

20130221-까만토끼-1.jpg


종이 위에 조차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지 못하는 나를 위하여,

다시 까만토끼를 되살려낸다.



어려서 집에 토끼를 키웠는데, 그 속에 까만토끼는 한마리도 없었다. 그보다 더 어려서 희미한 기억 속에는 처마 밑에 토끼가죽이 걸려있고 거기에는 고드름이 녹은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희미한 기억 속에도 까만토끼는 없다.


내가 까만토끼를 본 것은 서울 만화대전이 열리는 코엑스에서 솜인형으로 나온 것이었다. 까만토끼를 만들어서 팔겠다는 그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까만토끼를 보기 전까지는 내게는 까만토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고, 특히나 아이들의 품에 안겨있을 솜인형으로는 더더욱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동생이 미술시간에 검정색으로 꽃을 그렸다. 꽃잎을 까맣게 칠해서 선생님이 엄마에게 그 일을 말씀드렸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 솜인형을 보기 전까지 까만 것은 안된다는 것이 공기속에 섞여 있다가 귀로 들어어서 내 머리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너무나 어려서 내 안에 들어와서 자리 잡고 있으면서 다른 것들을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 내가 아는 아름답다고 하는 것들, 그 기준들은 예쁘다고 뽑내는 것들 속에 섞여 들여와서 내 안에 들어있다.


까만토끼는 종이 속에 들여 놓으면 안되는 것들을 막아두는 경계를 순식간에 무시하고 들어왔다. 더이상 넘어서는 안되는 금(禁)은 힘을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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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2, 2013 *.10.140.137

회색토끼 까만토끼를 봤다고 생각하는데 진짜인지 의심...

기억이 믿을 만한게 못된다는 것을 알게되고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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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2, 2013 *.72.153.115

그럼 빨간토끼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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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2, 2013 *.169.188.35

눈이 빨간 토끼는 많이 봤고..

분홍토끼도 좀 본 것 같고..(아마 캐릭터 였겠죠..)

빨간 토끼는 본 기억이 없네요..

 

그렇지만 역시 기억이란 믿을 게 못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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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7, 2013 *.72.153.115

저도 기억이란 믿을 게 못돼요.

빨간 토끼가 나오는 영화도 있던데요. 그것도 아련한 기억과 관련된 건데요, 주인공 남자가 빨간 토끼를 찾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하며 그걸 좀 친구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때로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을 실제로 끌어내오면 괜찮은 이야기가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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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2, 2013 *.169.188.35

금밟았네..금 밟았네..금 밟으면 죽는데...

어릴적 많이 하던 놀이도 금을 밟으면 죽는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역시 그다지 믿기 힘든 기억이기는 하지만..

 

오늘 올라온 재동님 사진처럼 있지만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마음에서 빼버리는

또는 있지도 않은 금을 마음에 그어버리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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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3, 2013 *.104.94.47

저도 까만토끼를 데리고 와야겠습니다.

좋은 글, 그림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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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7, 2013 *.72.153.115

하하하. 전 바보같이 눈치보다가 못 그리는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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