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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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였지요. 어느 위구르 민가를 방문했습니다. 아마 위구르식 저녁을 먹는 일정이었나봅니다. 모두들 화덕에 빵을 굽고 분주히 요리 준비를 하는 동안 저는 딴 짓을 좀 했습니다. 고양이가 제 혼자 커튼과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남의 집 세간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잠이 든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계속되는 여정에 지쳐 구석에서 깜빡, 졸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좋은 안주인이 구워낸 빵 냄새가 한창 피워오를 무렵 저녁상도 다 차려졌네요.
우리네 시골집같이 평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빵은 고소하고 수박이 무척 달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기도 하는데 정확히 무얼 먹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네요. 오히려 그 날의 저를 사로잡았던 것은 오후의 햇살이었나봅니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하얗게 내리쬐던 햇살이 마당에 드리운 장막 틈새로 곳곳에 무늬를 드리운 것을 이리저리 눈으로 좇던 기억만은 생생하니 말입니다.
인생은 짧은 것인데 또 한편으론 긴 것이기도 합니다. 평화롭던 짧은 오후의 여운이 해질녁 나무 그림자처럼 제 영혼 속에 이렇게 길게 드리운 것을 보면 말이죠. 식사를 마친 뒤 작별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서니 아, 저녁인데도 아직 햇살이 환하네요. 골목길이 자신의 두 팔을 쫙 펼쳐 하늘 높이 치켜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