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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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나무를 생각하다 미루나무를 택했다.
어렸을적 미루나무를 참 좋아했다.
미루나무. 흘러가는 늦여름, 줄지어 서 있던 미루나무들
유난히 반들반들 거리는 나뭇잎새들이 햇살에 찬란히 빛나고
바람이 불어올때면 팔랑팔랑 잎새들을 젖히며 노래를 부른다
강물에 비친 햇살의 반짝임과 나무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미루나무에 닿아 하나의 화음이 되어 노래가 된다.
바람이 부는 대로 제 몸을 온전히 내 맡길 줄 아는 미루나무.
나무가 노을을 등지고 추억처럼 서 있을때면..
그 어두운 그늘 속에선 미루나무가 웅웅대며 울어대는 것 같다.
나뭇가지 끝에 눈썹달이 걸리고
추운 벌판 달려 온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대면
나무가 속울음을 참고 있는듯하다.
내 어린 시절의 아득한 슬픔처럼
지난시절, 어느때는 어두움을 이고 속울음을 참아내던 미루나무 같았지만
이젠 “햇빛과 바람 강물처럼 감기는 미루나무”이고 싶다.
푸르고 싱싱하게 바람과 강물과 노래하다가
삶의 어느 대목에선 황금빛으로 멋지게 물들리라.
찬란히 빛나게 타 오르리라.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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