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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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6년 9개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단 한사람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너무 커서 주변의 모든 것들, 사람들마저 풍경이 되어 버립니다. 그도 나만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유치원 발표회 때였습니다. 맨 뒷자리에서 민호의 사진을 찍으며 느낀 감정입니다.
이번 발표회는 소박한 합창과 악기 연주로 이루어 졌기에 더욱 이런 느낌이 크게 남습니다. .
특별히 무엇을 더 잘해서가 아닌 그냥 평범한 모습 속에서도 깊은 교감을 느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런게 아마 사랑이겠지요.
대학 시절엔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자유니 해방같은 멋진 사상들이 '한 사람' 앞에 서면 무너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 사랑해? 내가 그 민중이고 가난한 사람이다. 나나 좀 사랑해줘라"
여자친구의 이 한 마디에 난 토대가 약한 가건물처럼 삐그덕거렸습니다.
"그래, 한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누굴 사랑한다는 거지?"
개별적인 사랑을 무시하거나 말도 꺼내지 않는 철학가, 사상가들이 위선자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고뇌하는 지식인 코스푸레를 하던 난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우치게 됩니다. 머리로 알게된 가치나 신념 보다 그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음은 한 순간 번쩍이는 빛처럼 다가왔습니다.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디지 못하는 낡은 사상과 가치는 떨어져 날아갔습니다.
그때서야 한 점 의혹없이 확신하게 됩니다.
사랑 앞에서는 이념 그까짓 것들은 무게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빠가 되어 느낄 수 있는 벅찬 순간입니다.
단 한 사람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모두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던 때 느꼈던 무기력과는 다른 살아있음의 경험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누군가에겐 주인공이고 영웅일 겁니다.
사랑은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단 한사람만 보이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